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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길에서 예술을 만나다, 2022 예술주간

2022. 10. 19.

음악은 내 안의 여러 감정을, 문학은 타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일깨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을 우리는 교내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술을 즐기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지난 9월 19일(월)부터 23일(금)까지 서울대학교 문화관 일대에서 거리 공연과 미술작품 전시 등으로 구성된 ‘예술주간’이 개최됐다.

캠퍼스를 넘나들며 쉽게 마주한 예술

예술주간은 ▲학생처 ▲미술대학 ▲음악대학 ▲인문대학 ▲중앙도서관 ▲문화예술원의 공동 주관 행사로 2015년부터 학내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다, 8년째를 맞는 이번 “2022 예술주간; Art Space@SNU”는 교내 곳곳에 예술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지(智)와 예(藝)의 어울림을 모색했다.

첫째 날인 9월 19일 오후 5시 문화관 중강당에서는 봉준수 교수(영어영문학과)와 뮤지컬 동아리 ‘렛미스타트’가 준비하고 공혜린 작곡가(작곡과·박사과정)가 집필한 극작 〈아서 새빌 경의 범죄〉가 막을 열었다. 매일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는 문화관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재즈 연주 동아리 ‘SNUJive’와 서울대 응원단, 아르헨탱고 듀오 ‘El Tango’를 비롯한 동아리·개인 공연이 이어졌다. 미술대학과 관정도서관 벽면과 내부에 전시된 미술작품은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소소한 쉼이 됐다. 21일 문화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미술대학 여성동문회 ‘한울회’ 초청 강연에서는 프랑스 샤르트르대성당을 포함해 유럽 50여 개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남긴 김인중 신부(회화과·59)와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 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서양화과·92)가 각각 ‘동경(憧憬)’과 ‘그림+책’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22일 미술관 오디토리움에서는 인문대 어문과 학생들의 한국어·영어·중국어·독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프랑스어 7개 국어 시 낭독과 함께 성재창 교수(기악과)를 필두로 음악대학 학생들이 ‘우연한 외로움의 축복’이라는 주제에 따라 바이올린과 트렘펫, 튜바 등의 금관 악기를 연주했다. 연건캠퍼스와 시흥캠퍼스에서도 미술작품 전시와 함께 실내악 연주회와 런치콘서트 등이 열렸다.

시 낭송 음악회 ‘우연한 외로움의 축복’ 현장에서 한 참가자가 시를 낭독하고 있다.
시 낭송 음악회 ‘우연한 외로움의 축복’ 현장에서 한 참가자가 시를 낭독하고 있다.

학생 문화예술 업무를 담당하는 함형주 주무관(학생지원과)은 출전된 “미술작품을 보면서 개개인의 인생 단면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술주간은 학생들의 열정과 자기 표현력 등을 키워주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대가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문화관 앞 광장이나 관정마루, 옥상정원 등은 지나가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관객이 되었던 만큼 새로운 의미의 예술적 공간으로써 구성원에게 색다른 재미를 줬다.

작은 예술가들의 이야기

여러 학과에서 다양한 예술적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였던 이번 예술주간, 이들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공연 참여로 한 주가 유독 바빴을 네 명의 학생들에게 참여 소감과 함께 삶에서 예술이 갖는 의미에 관해 물었다.

올해 3월 신입 부원이 된 마술 동아리 ‘몽환’의 송준협 학생(수학교육과·21)은 동아리 활동 후 마술에 관한 흥미가 깊어져 방학을 이용해 전문적으로 마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그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이번 예술주간에서 길이가 다른 세 줄의 로프를 이용해 로프 마술 액트를 공연했다. 그는 “시력이 좋지 않은 자신에게 필수적인 안경처럼, 예술은 세상을 향해 흐릿했던 시야를 선명하게 하는 ‘안경’과 같다”고 전했다.

창작 뮤지컬 〈아서 새빌 경의 범죄〉로 개막공연을 한 뮤지컬 동아리 ‘렛미스타트’ 김현조 학생(기계항공공학부·17)은 이번 예술주간에서 3년 만에 무대로 복귀했다. 그는 “연기가 끝난 후 박수받는 벅찬 순간이 그리웠다”며 “단 한 번의 공연으로 극이 막을 내리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자하연 앞 설치된 무대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자하연 앞 설치된 무대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무용부 김주현 학생(체육교육과·21)은 북을 메고 양손에 채를 쥔 채 추는 ‘진도북춤’을 공연했다. 엇박을 활용한 가락과 장단을 표현하는 춤사위를 통해 관객들은 진도북춤 특유의 흥겨움을 함께 느꼈다. 김주현 학생은 문화관 앞 야외 공연장이 실내 공연장과 다르게 예상치 못한 상황과 반응을 경험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상기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이 진입장벽을 낮춰줬으면 좋겠어요.” 작곡가 윌리엄 볼컴(William Bolcom)의 ‘우아한 유령’과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사랑의 슬픔’ 등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트란큘로 듀오’의 최나영 학생(기악과·20)은 음악이란 관중이 있어야 의미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였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예술을 연주자와 청중 모두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존재’라고 말했다.

잠깐이지만 눈과 귀가 새로움으로 가득했던 한 주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학내 구성원에게 위안이 됐다. 내년 가을 9번째 행사를 열 예술주간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고 싶은 학생 모두에게 열려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교내가 예술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더 자주 변신하길 기대해본다.

서울대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