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은 교수와 조규진 교수는 단일 센서를 이용한 악력증강 로봇장갑을 개발했다. 5개의 팔 근육에 5개의 센서를 부착하는 기존의 방법보다 손목 부근에 근전도 센서 1개를 부착해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정확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안정적인 의도 파악이 어려워 실용화가 불투명했던 착용형(Wearable) 로봇의 실용화가 조금 더 앞당겨졌다.
사람의 운동을 보조하기 위한 많은 장비가 개발되고 있지만 모든 시제품이 양산되어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보조 효과가 있더라도 사용자별로 맞춤 설계를 해야 한다면 생산에 큰 비용이 들고 높아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비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며 결국 양산은 고려할 수 없게 된다. 최근에는 보조장비에 “지능”을 부여해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필요한 순간에 보조해주는 착용형(Wearable) 로봇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의도 파악을 위해 많은 센서가 필요하고 그 센서의 위치는 사람마다 다른 몸의 크기와 형상 때문에 획일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여러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착용형 로봇을 실용화하는 것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센서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가령 단 하나의 센서만을 이용해서 보조가 필요한 동작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제작의 용이성과 양산 가능성은 현저히 커진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많은 움직임을 보조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보조가 필요한 동작에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센서의 수를 줄이기 위한 첫 단계이다. 사람의 근육은 힘을 생성하기 직전 근전도라는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데 이 신호를 이용하여 동작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은 이미 의수 및 의족 개발에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 기계학습을 통해 그 효용성이 더욱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근육과 동작은 일대일 대응을 이루지 않는다. 한가지 동작을 위해 여러 근육이 이용되고 하나의 근육이 여러 동작에 이용된다. 즉, 아무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조가 필요한 한가지 동작만 도와주고자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접근 방법으로는 센서의 개수를 단 하나로 줄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18년 가을, 체육교육과, 기계공학부, 의류학과 학생들이 수강한 “스포츠공학 실험”의 기말과제 수행 중, 몇몇 학생들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망치나 드릴, 톱 같은 공구를 다루어야 할 때 필요한 악력을 증강시켜 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큰 악력을 내고자 할 때만 예상치 못한 신체 부위를 통해 매우 큰 근전도 신호가 포착됨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큰 힘을 내고자 할 때는 해당 근육에서 큰 근전도 신호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는 모두 근육 바로 위 피부에 근전도 센서를 부착하여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악력은 전완 근육을 통해 생성됨에도 근육이 거의 없는, 손목 안쪽에 위치한 천지굴곡근의 힘줄-근육 접합부에서 악력 생성 시 큰 근전도 신호가 포착된 것이다. 또한 놀랍게도 이 부분의 근전도 신호는 물체를 쥐는 동작 외에 다른 동작을 수행할 경우에는 전완 근육에 아무리 많은 힘을 주어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기말과제를 수행했던 학생들은 이 현상을 이용하여 인간중심 소프트로봇 연구센터의 연구진들과 함께 하나의 센서만으로 물건을 단단히 쥐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곧바로 악력을 증가시켜주는 로봇장갑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손목 부근에 근전도 센서 하나만 부착하여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5개의 팔 근육에 5개의 센서를 부착하여 악력 증강 의도를 파악하는 기존의 방법보다도 더욱 정확하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이 방법을 이용할 경우 자세와 상관없이 매우 안정적으로 의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손목 안쪽에서 포착하는 근전도 신호를 모스 부호로 로봇에게 전달하는 제어 방법도 고안했다. 이를 이용하면 물건을 단단히 쥐려는 순간에만 보조하는 직관적인 조작 외에도 증강된 악력을 임의의 기간 동안 손에 힘을 주지 않고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
연구는 언제나 배움의 과정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세 가지를 새삼 깨닫는다. 첫째, 인체운동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잘 알수록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공학 기술을 통한 신체기능 증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의 병목은 기술보다 인체운동에 대한 지식의 부족에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융합이 필요하다. 운동학적 실험, 기계학습, 소프트 로봇제작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전문성의 융합이 미래 기술의 실용화에 기여한 이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수업과 연구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수업은 다양한 학생들에게 연구에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동료들과 함께 협연할 기회를 주고 연구자와 학생들은 모두 연구를 통해 늘 새로운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