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서울대학교 「인권헌장」‧「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이하 공청회)가 유튜브 생중계와 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번 공청회는 대학 차원에서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인권규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제시된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안)’(이하 인권헌장)과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지침(안)’(이하 대학원생 인권지침)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공청회는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 각각에 대한 발제와 패널 토론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인사말을 맡은 평의원회의 이철수 의장은 “대학에서 서로 존중해야 하는 가치와 질서를 확인하고 이것을 학교가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긴요하다”며 “이번 공청회가 대학 내 인권신장에 큰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뒤이어 이상원 인권센터장은 “온·오프라인으로 공청회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이 지혜를 모아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형태의 규범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종합적인 대학 인권 규범의 필요성 대두
이어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의 제정 배경과 추진 경과, 그리고 그 세부 내용에 대한 간략한 발제가 있었다. 우선 작년 5월부터 ‘인권규범 제정을 위한 연구’를 맡아 진행한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최근 불거진 인권 관련 사태들을 볼 때,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인권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인권헌장 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학 인권 규범은 흔치 않으나 필요한 상황이고, 서울대가 이 시점에 앞서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또한 첨예한 찬반 의견이 오고 간 인권헌장 제3조 ‘차별금지와 평등권’ 조항에 대해서는 국제적 합의와 서울대의 사회적 책무를 고려하여 원안의 내용 보존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이번 인권헌장 제정안의 취지는 ‘모든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본원적으로 지닌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전문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인권헌장에서는 인격권, 차별금지와 평등권, 사상·양심·종교·표현의 자유 등 서울대학교 구성원이 지니는 권리를 각각의 조항에 명시하고 있다. 한편 제16조 ‘구성원의 인권 존중 의무’에서는 이 헌장에 규정된 어떠한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대학원생 인권지침의 연구책임자를 맡은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는 대학원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가 부족한 편임을 지적하며 “대학원생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홍 교수는 이어 “대학원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상호협력적이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바꿔보자는 데서 프로젝트가 시작했다”며 대학원생 인권지침의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원생 인권지침은 인권헌장을 상위규범으로 두는 방향으로 하되, 대학원생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인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규범력 확보를 통한 실효적 보장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말을 덧붙이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대학원생 인권지침에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이 지니는 권리를 각각의 조항에 명시하고 있고, 인권헌장과 마찬가지로 권리 구제와 이행의 주체를 서울대학교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구·창작 기여에 대한 정당한 인정, 학업·연구와 가족생활 병행 존중과 지원 등의 권리가 포함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제3장 ‘적절한 연구 및 업무 조건’이다. 모든 대학원생에게 적용되는 제2장 ‘학업과 연구 환경’ 조항과는 별개로 조교 및 연구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에 대한 적정한 처우 보장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5장 ‘권리 구제와 이행’에서는 대학원생이 인권침해를 상담하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기구와 절차,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인권헌장 제정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
토론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인권헌장 제정안을 두고 패널 토론과 공개 추첨을 통한 Zoom 토론이 이어졌다.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의 김민주 씨 역시 “인권헌장은 실천적 지성과 다양성, 그리고 자유라는 서울대학교 헌장의 요청에 대한 인권의 응답”이라며 “인권헌장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밝혔다. 강우성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만시지탄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소극적인 보장을 넘어서 인권 침해를 막아야 할 대학의 의무를 더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헌장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학원생 인권지침을 다룬 토론의 두 번째 세션에서도 토론 패널들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들의 활발한 토론 참여가 이뤄졌다. 교수협의회의 노상호 기획이사(치의학전문대학원)는 대학원생의 독특한 위치를 강조하며 “변해가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학문 후속세대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총학생회의 문지호 전문위원 또한 “대학원생 인권지침을 명문화하는 것이 구성원 간의 인식격차를 해소하고 공동의 대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대학원생 인권 문제는 서울대가 학문공동체로서 책임지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패널 토론 이후 이어진 Zoom을 통한 비대면 토론에서는 주로 인권헌장 제3조 ‘차별금지와 평등권’ 조항의 세부 내용에 관한 찬반 논의가 이뤄졌다.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논의가 오간 가운데, 일부 좁히기 어려운 견해 차이 또한 확인되었다. 다만, 학내 인권 문제에 대한 숙의를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의 인권이 충분히 지켜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참여자 대다수가 공감했다. 인권헌장과 대학원생 인권지침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제정될 예정이다.
소통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