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캠퍼스는 3월과 마찬가지로 한산했다. 작년 이맘때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들뜬 발걸음이 학교를 가득 채웠지만,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요즘은 선선한 바람만이 캠퍼스에 가을이 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지난 학기의 개강이 예상치 못한 온라인 환경의 도입으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했다면, 이번 학기는 교내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시행착오를 줄여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될 수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코로나19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요즘, 예술을 통해 구성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9월의 끝을 장식한 “2020 서울대학교 온라인 예술주간”을 기자가 직접 취재해 보았다.
유튜브로 즐기는 문화 예술
서울대학교 예술주간, ArtSpace@SNU는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행사이다. 2015년에 처음 개최된 서울대학교 예술주간은 서울대 구성원이 지닌 풍부한 예술적 역량을 함께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지난 4년간 많은 학생이 행사에 참여해 각자의 역량을 뽐냈으며 다채로운 예술 활동으로 캠퍼스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다.
이전과는 달리 올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지난 9월 21일(월)부터 9월 25일까지 이어진 행사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 음악 공연, 문학 낭송회, 동아리 공연, 무용 공연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사전 공지된 일정에 따라 서울대학교 예술주간 공식 온라인 계정을 통해 공개되었다. 일부 공연은 유튜브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되었는데 관객들의 활발한 반응 덕분에 공연을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었다.
공연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미술 작품들 역시 온라인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예술주간 동안 관악과 연건 캠퍼스에서 곳곳에서 진행된 미술 전시회를 snuartspace 온라인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을 담아낸 영상들은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어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또한, 작가들의 친절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작품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계속되어야 하는 예술
이번 서울대학교 예술주간 행사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다소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었다. 매년 인문대학 어문학과에서 주최하던 ‘원어연극제’가 취소되었고 행사에 참여하는 동아리의 수 역시 대폭 줄었다. 작년에 총 69개 팀이 예술주간 행사에 참여했다면, 올해는 그 절반 정도인 35개 팀이 예술주간을 빛내주었다. 코로나로 인한 활동의 제약이 예술주간 참여에 영향을 미친 아쉬운 결과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교내 예술인들의 창작을 향한 열정까지 막지는 못했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개막공연 ‘n개의 세계’는 음악대학·미술대학·인문대학 학생들의 합작품이다. 공연에 참여한 김종록 학생(국악과·18)은 “각 단과대에 소속되어 있는 3명의 학생이 공동작업을 하며 예술과 시대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기술발전으로 형성된 가상 공간들과 이로 인해 증대된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혼란에 주목했다”며 “이러한 생각들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와 같은 개인과 타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n개의 세계’를 이러한 생각들을 투영해 인식의 혼란, 변화, 차이 등을 담은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록 학생은 “다른 분야의 작가들이 만나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높은 완성도와 다양성을 지닌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서 온라인에 최적화된 형태의 작품을 구상하며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동 작업을 위해서는 일부 대면 활동이 불가피했으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는 구성원들에게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냐는 기자의 요청에 김종록 학생은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말은 뻔하고 창작자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며 “바이러스로 인해 변화한 시대와 앞으로 변화할 시대를 빠르게 읽어내고, 그에 발맞추어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진행된 2020 서울대학 예술주간은 예술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관람객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의 순간을 제공해 주었다. 행사는 막이 내렸지만, 예술주간이 선사한 감동과 여운은 오랫동안 구성원들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지속되기에 여전히 캠퍼스는 한산한 모습이지만, 예술을 통해서라도 학내 구성원들이 서로의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소통팀 학생기자
허서인(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