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번영을 위한 강대국 전략 - 산업, 문화, 안보의 융합”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원장 김준기 교수) 소속 ‘글로벌 한국’ 클러스터 장 손인주 교수는 2024년 7월 17일(수) 정책 보고서 『경제 번영을 위한 강대국 전략 - 산업, 문화, 안보의 융합』을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 9월 발간한 『강대국 외교 구상: 한국 주도 동심원 전략』에 이은 두번째 보고서이며, 산업, 문화, 안보 3개 영역을 결합하여 새로운 통합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가 재도약을 위한 중장기 국가 비전 및 전략을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1. 산업전략
■ 혁신지대와 생산기지 전략
- ○‘개방적 네트워크 강대국’이라는 정체성은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혁신지대와 생산기지 전략으로 구현될 수 있다.
- ○한국은 미·중(美·中)의 첨단기술 경쟁과 공급망 위험이라는 국제정치적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혁신지대와 생산기지의 이원적 접근 전략을 제시한다. 세계적 기술기업이 한국의 혁신지대에서 혁신적 산업을 일구어내고, 전 세계의 생산기지에서 혁신적 제품을 생산하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현하는 것이다.
■ (대내적 차원) 한국의 혁신지대 구축
- ○한국의 혁신지대 구축에서 ‘실리콘밸리’와 ‘선전’이라는 두 혁신지대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인재풀이 존재하고, 연구기관과의 협력, 혁신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는 금융체제 등 혁신 생태계를 형성했다. 선전에서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생태계가 정부 정책에 따라 인위적으로 이식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한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에서의 혁신 환경을 한국에 구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혁신기업들이 진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자유롭게 개방된 혁신의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 ○실리콘밸리, 선전과 같은 모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다. ‘첨단 기술 인력의 유목민화’, ‘세계적인 연구·개발 연구소 설립 지원’, ‘지방정부 주도의 지역 혁신 거점화’, ‘혁신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자본 형성’ 등의 정책들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 (대외적 차원) 지구적 생산기지 보호
- ○‘다중 바큇살(Multiple Hub & Spoke)’ 생산기지론은 궁극적으로 경제 영역의 확보 전략이며 기존에 한국이 추진해 왔던 자유무역협정 (FTA, Free Trade Agreement)을 넘어선 전략이다.
- ○FTA를 통해 선(border line)을 넘었다면 이제는 터(site)를 확보하여 경제혁신을 위한 공간(space)을 확대하는 것이다.
- ○민간 주도의 제조, 투자 및 R&D가 연계되어 글로벌 거점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물류를 기반으로 통상으로 연계되는 형태가 수레바퀴의 중심축과 바퀴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 ○한국은 각각의 글로벌 거점들을 연결하는 중심 공간(hub space)이 되어야 한다. 각 글로벌 허브(7 hub + 4)의 입지가 정해지면, 한국 정부는 해당 국가의 정부와 일종의 ‘포괄적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Partnership Agreement)’을 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바큇살 형태의 방사형 생산지대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문화 전략: 개방적 대중문화 플랫폼 육성
■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성공과 한계
- ○‘개방적 네트워크 강대국'의 비전은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다. 제조 혁신 주도의 경제 성장을 보완하는 '제조업+α' 전략의 일환으로서 대중문화 산업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예술 콘텐츠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어왔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은 영화·드라마에서는 넷플릭스, 음악에서는 아이튠즈, 영상·음악 콘텐츠에서는 유튜브 등 글로벌 문화 플랫폼에 기반해 성장한 것이었다.
- ○한국 대중문화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 플랫폼 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의 원천인 웹툰 콘텐츠는 네이버, 다음 등의 웹툰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
■ 개방적 대중문화 플랫폼
- ○넷플릭스의 초국가적이며 개방적인 창작 체계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차별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넷플릭스는 투자 과정에서 세계 각 국가의 영화 창작자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했다. 넷플릭스는 스페인에서 만든 ‘종이의 집’,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나르코스’, 한국에서 만든 ‘오징어 게임’ 등 미국이 아닌 국가의 지역 창작자를 동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 ○영국의 유명 축구 프리미어리그(EPL)도 개방성을 통해 유럽의 4대 리그를 평정함과 동시에 스포츠를 세계인의 문화로 만든 대표적 사례이다.
- ○한국 국내 가요차트와 드라마 대상 등의 분야에 동남아, 동유럽, 남미국가의 음악과 드라마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빌보드와 에미상(Emmy Awards) 등과 유사한 ‘한국 주도’ 글로벌 차트와 시상식 행사를 만들 수 있다.
- ○정부의 역할은 규제자가 아닌, 조정자 및 지원자라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 ○개방적 대중문화 플랫폼 구축을 통해 세계 대중문화 산업 시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추종자가 아닌 선도자의 입지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안보 전략: 번영 네트워크의 안보적 위험 관리
■ 경제적 번영의 안보적 조건
- ○글로벌 혁신·생산 네트워크와 온·오프라인 대중문화 생태계를 한국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보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한국의 해양전략은 한국의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의 안전을 담보하는 수단이다. 현상타파적 성격의 중국과 현상유지적 성격의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양력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은 해양안보 위협에 직면하였다.
- ○대만해협 위기, 남중국해 분쟁뿐만 아니라 서해에서의 중국 해군력 확대등 안보적 불안 요소가 강화되었다. 한국은 물류의 대부분을 해양수송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해양에서의 안보적 위험은 산업·통상 네트워크를 위협하는 요소이다.
■ (양자적 차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 확대
-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기반했던 해양안보 질서의 현상 유지를 지원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2022년 인도·태평양 전략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위협에 대비하여 동맹 및 우방국, 역내 기구들의 집단능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한국은 그동안 대북 억지력에만 국한해 왔던 군사 전력을 확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미국 해군 전력의 인도·태평양 지역 접근에 대한 정찰, 호위, 네트워크 등 방어적 성격의 군사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세계적 조선 산업 역량을 활용해, 미국 해군함정 건조 및 정박·수리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 ○이러한 해양 안보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 한·미 양국의 방위산업체 및 첨단 기술 기업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도 요구된다.
- ○나아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해군기지를 공유하는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지역 내 해양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할 수 있다.
■ (다자적 차원) 해양 안보협력체 구상
-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무역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특히 해상교통로의 길목에 위치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 ○한국은 해양안보 협의체의 확대를 주도해야 한다. 해양교통로의 주요 길목(choke point)에 위치한 국가들과 합동 해상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 ○합동 해상훈련은 잠재적 위협 국가의 해상 통제 시도를 억지하는 한편, 유사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둔다.
- ○중국이 해상교통로에 대한 공동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을 내세울 수 있다면,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 협력도 구축해나갈 수 있다.
■ 우주안보의 도전과 기회
- ○‘개방적 네트워크 강대국’을 지향하는 한국은 이제 광활한 바다뿐만 아니라 무한한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모색할 때에 이르렀다. 우주는 미래 국가재도약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 ○과거 15세기경 다른 국가가 해양력에 눈을 뜨지 못할 때, 해양 강대국이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교황의 중재로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을 통해 세계를 양분하여 지배하였다. 미래 우주개발 및 경쟁에서도 선도국들이 선점 논리를 통해 후발국들의 접근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우주 공간 내에서 한국의 국민, 주권, 이익 등을 보호하는 것이 지금의 해양안보와 같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 한국형 우주 안보영역 및 구분
- ○비현실적 우주정책에 따른 국가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관·군 부서들 간 우주개발 목표 및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이를 위한 한국형 우주안보의 정의와 범주의 설정이 필수적이다.
- ○한국형 우주안보의 정의를 우주경쟁, 우주위협, 우주전력 발전계획이라는 세 가지 구성요건을 기반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한국형 우주안보 적용 범주는 현재 및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우주자산이 운용될 가능성이 높은 100km부터 40,000km까지로 한정한다.
■ 한국형 우주 안보 전략
- ○한국형 우주안보능력 확보를 위해서는 민·관·군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통합우주능력관리체계’ 수립을 추진해야 한다.
- ○한국 우주 자산의 효율적 보호 및 관리를 위해 기존 우주 상황 인식 수준에서 우주 교통 관리가 가능한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 ○이중용도우주기술(Dual-Use Space Technology)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한국의 우주 자산 보호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 ○남북한 우주경쟁을 통해 북한의 능력 소진을 유도하여 억제를 달성하는 ‘비대칭 유인 억제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 ○한국은 국제사회의 유사입장 국가들과 함께 연합우주작전(CSpO, Combined Space Operations) 이니셔티브에 참여하여 한국형 우주안보를 위한 작전능력을 확대하고, 동시에 한국·미국·일본, 한국· 미국·인도 등 소다자 삼각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