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연구팀이 아주대 생명과학과 박대찬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생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포유류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구조를 발견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의 보호 구조를 지칭하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중요한 유전 정보를 대신하여 사라지는 보호막 역할을 수행한다. 텔로미어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는 세포 노화 상태로 들어가고, 이로 인해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의 타이머로도 불린다.
일반적인 체세포는 텔로미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전이 없지만, 활발히 분열하는 생식 세포나 줄기 세포는‘텔로머레이즈’라는 효소를 사용하여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한다. 암세포 또한 대부분 텔로머레이즈를 이용하여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고 무한한 분열 능력을 가진다.
텔로미어 길이를 적절히 조절하여 분열 수를 조절하면서 세포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세포 노화 및 개체 전체의 노화과정에서 중요한데, 이 과정이 잘못되면 암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텔로미어 유지 기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부작용 없이 텔로미어를 조절하여 항암 전략, 노화 지연 등에서의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일부의 암세포에서는‘대안적인 텔로미어 유지기전(ALT)’이라고 하는, 텔로머레이즈를 사용하지 않고 텔로미어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ALT까지 완벽히 이해해야 텔로미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자연 상에도 ALT를 통해 텔로미어를 유지하며 독특한 텔로미어 서열을 가지는 생물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 암세포의 경우, ALT를 사용하더라도 일반적인 반복서열로만 텔로미어가 구성된 사례만 보고되어 있어 다른 생물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포유류 모델 최초로 일반적인 반복서열이 아닌 다른 구성을 가지는 형태로 텔로미어가 재구성된 사례를 보고했다. 이를 통해 인간 암세포에도 또다른 형태의 텔로미어가 존재할 가능성이 드러났다.
텔로미어 길이가 정상적인 세포, 텔로미어가 짧아져 세포 노화 상태에 있는 세포, ALT가 활성화 된 이후의 세포 등 다양한 시점의 생쥐 배아줄기 세포에 여러 오믹스 기법(유전체, 전사체, 단일세포 전사체, 단백질체 분석)을 적용하여 ALT 세포의 분자적인 특징을 규명했다.
이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1년 2월 17일(수)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