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김재근 교수(교신저자), 남보은 박사과정(주저자) 연구팀은 온실 식물 생육실험을 통하여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과 봄철 강우량 감소가 온대림 지역 초본식물의 개화 시기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개화 종료 시기 또한 앞당겨져 전반적인 개화 기간이 단축되는 결과를 초래함을 최초로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온대림 지역 식물군집 차원에서의 개화 기간 단축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사례이다. 본 연구 결과는 Nature Publishing Group의 종합과학저널인 Scientific Reports에 2020년 10월 15일(목)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전 세계적 기후변화는 생물 개체의 대사활동부터 개체군·군집 수준의 변화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식물의 형태적인 가소성뿐만 아니라 시간적 변화, 즉 생물계절학적 변화 또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계절학적 현상의 적정 시기는 식물의 생장과 번식, 그리고 종간 상호작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봄철 개화하는 초본식물의 경우 산림생태계에서 땅이 녹기 시작할 때부터 임관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이른 봄에 개화하며 하부 식생을 형성하여 산림생태계의 생물다양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봄철 개화 초본식물의 생활사는 매우 짧을 수밖에 없으므로 기후변화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한편 기후변화에 의한 봄철 초본식물의 생물계절학과 관련된 선행연구는 주로 툰드라, 고산지대 등 극한 기후 환경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기후변화에 의한 개화의 생물계절학적 변화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생물계절학적 현상의‘개시’ 시기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개화‘종료’시기는 개화의 지속 시기와 관련이 있으므로 생물계절학적 변화 연구에 있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의한 식물의 생물계절학적 변화는 식물 종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생물계절학적 변화는 군집 수준에서의 개화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진은 온대림에서 봄철 개화하는 초본식물 4종(복수초, 노루귀, 서울제비꽃, 할미꽃)을 이용한 온실 실험을 통하여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가 종 수준과 봄철 개화 초본식물 군집 수준의 개화 시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독립된 온실에서 평년 기온과 기온 상승 조건을 조성하였으며, 평년 수준의 강수량 혹은 평년 절반 수준의 강수량만큼의 물을 관수하여 강수 환경을 조성하였다.
개화율은 강우량 감소에 의하여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꽃대 생장의 표현형 가소성은 주로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았지만, 평년 기온 조건에서는 강우량 감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온 상승은 개화 시기와 관련하여 모든 종에서 이를 앞당기고 꽃대 생장 또한 빠르게 이뤄지게 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강우량 감소는 가장 개화 시기가 늦은 종(할미꽃)의 개화 종료 시기만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었다. 기온과 강우량의 상호작용 효과 역시 개화 시기가 늦은 두 종(서울제비꽃, 할미꽃)에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가장 이른 개화 식물 종의 개화 개시부터 가장 늦은 개화 식물 종의 개화 종료까지로 유추할 수 있는 전체 개화 기간은 평년 기온 하에서 강우량 감소에 의해 평균 37.7일에서 34.1일로 단축되었고, 기온 상승 시에는 39.6일에서 32.8일로 일주일 가량 단축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온대림의 경우 기후변화에 의한 임관 형성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어, 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생물계절학적 변화는 각 종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개화 시기가 늦은 종의 이른 개화 종료로 인한 군집 수준에서의 개화 시기 단축은 수분매개자와의 동조화에도 영향을 미쳐 하부 식생의 생물다양성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