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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학과 박한제 교수, 중국사(史) '이십이사차기' 12년 걸려 번역 출간

2010. 10. 12.

동양사학과 박한제 교수, 중국사(史) '이십이사차기' 12년 걸려 번역 출간

중국 역대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정사(正史)는 '25사(史)'로 불린다. 중국사의 교과서로 통하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반고의 《한서(漢書)》, 고대 한반도 관련 기록을 많이 담고 있는 《삼국지(三國志)》와 《수서(隋書)》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에서 《명사(明史)》까지를 가리킨다. 이 중 1920년대에 나온 《신원사(新元史)》를 제외하면, 보통 '24사(史)'를 역대 정사로 치는데, 이것만 해도 3243권이나 된다. 24사는 중국사의 기본 텍스트이지만 일독하기에는 버거울 만큼 방대한 양이다.

그런데 청나라 말기의 정치가 장지동(張之洞)은"《이십이사차기(二十二史箚記)》를 읽으면 정사 통독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청나라 학자 조익(趙翼·1727~1812)이 1796년 펴낸 중국 통사 《이십이사차기》를 일컫는 말이다. 당대의 고증사학을 대표하는 조익은 당시까지 전해진 중국 정사의 주요 대목을 소개하면서 철저한 고증 작업을 거쳐 정사의 편찬자가 저지른 실수까지 바로잡았다. 책 이름은 22사이지만, 《신당서》와 《구당서》, 《신오대사》와 《구오대사》를 비교 고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24사를 다루고 있다.

《이십이사차기》 중 《사기》부터 《오대사》까지 중국 중세사 전공자인 박한제(63) 교수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됐다. 박 교수가 12년에 걸친 작업 끝에 펴낸 《이십이사차기》(소명출판사)는 원문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조익이 인용한 정사(正史) 및 기타 사료에 대해 원문을 일일이 대조하고, 잘못을 수정한 뒤 주석까지 달았다. 박 교수가 이번에 번역 출간한 것은 《이십이사차기》에 실린 578편 가운데 309편으로 번역서만 5권 분량이다.

《이십이사차기》는 우리 지식인들의 주목을 끈 문제작이었다. 서울대 규장각과 국립중앙도서관에는 1800년에 간행된 목판본 《이십이사차기》가 소장돼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이 책은 세계 어디에도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다. 박 교수는 일본에서는 1945년 이전에 번역본이라는 것이 나왔으나 토(吐)와 약간의 주(注)를 단 것에 불과하고, 중국 대륙에도 번역본 내지 역주본이 없다고 전했다.

"《이십이사차기》의 글은 모두 다채로우면서 수미일관한 하나의 논문으로 청나라 고증사학의 정수로 평가할 만하다." 박한제 교수는 조익을 뛰어난 안목을 가진 역사가로 높이 평가한다. 중국 역사 개설서로 널리 읽힌 《십팔사략(十八史略)》은 18사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지만, 《이십이사차기》는 조익이 역사가로서의 안목을 가지고 하나하나 사실 관계를 분석한 것이라 더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이십이사차기》는 대중적 읽을거리로서의 재미 또한 탄탄하다. 위청·각거병·이광리 등 한나라 명장들이 모두 한 무제가 총애하는 여인으로 인해 발탁됐다거나, 5대 최후의 왕조인 후주(後周)의 태조가 결혼한 네 여자가 모두 재혼녀였다는 항목 등이 그렇다.

2009. 7. 22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