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기반 X선 현미경을 통해 실시간 반응 관측 성공
[연구필요성]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저감을 위해 과학자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상업적 가치가 높은 화합물인 에틸렌(C2H4)으로 전환하는 전기화학적 방식은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유망한 방법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화학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촉매로 다양한 구리 기반 신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촉매는 합성된 상태에서 바로 높은 활성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에틸렌 전환 반응 중에 촉매 물질이 더 높은 성능을 보이는 '활성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촉매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성상'은 반응을 멈추면 사라지기 때문에, “활성상”이 무엇인지 직접 규명하는 것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특히 '활성상'의 모양과 화학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촉매의 새로운 디자인 규칙을 정립할 수 있게 되고, 촉매 성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활성상’의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의 난이도가 높아 이 모든 것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서울대학교 화학부 임종우, 황윤정 교수팀과 카이스트 화학과 김형준 교수팀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실시간 연X선 분광-현미경법을 개발하여, 전기화학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반응 중 수산화구리 촉매의 나노구조와 화학적 조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를 위해 X선 현미경으로 관측이 가능한 전기화학반응 마이크로셀을 특수제작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활성상“은 ‘2가 이온 구리상’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 또한, 다양한 구리 기반 촉매의 “활성상”을 ‘2가 이온 구리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전기화학적 방법론을 제시하였으며, 이 방법론을 적용하였을 경우 기존 촉매의 효율이 3배 이상 향상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본문]
□ 실험 동기 및 내용, 연구 결과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황윤정 교수팀, 카이스트 화학과 김형준 교수팀
나노미터 단위의 화학조성 이미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인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고효율 전기화학 촉매 형성 메커니즘 최초 규명
해당 메커니즘을 응용하여 에틸렌 생성 효율 3배 이상 향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서울대, 카이스트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고효율 전기화학 촉매의 형성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미터 단위에서 수산화구리 촉매의 화학적 조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여,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인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단계에서 촉매 표면에 ‘2가 이온 구리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진은 촉매 성능을 극대화하여 에틸렌 생성 효율을 3배 이상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실시간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서 ‘2가 이온 구리상’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이산화탄소 전환 촉매 개발에 있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팀의 서울대 김주원 박사, 이시영 박사(현 미시간 대학교, 공동 1저자), 카이스트 김세준 박사(현 캘리포니아 공대, 공동 1저자)는 12일,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인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고효율 전기화학 촉매의 변화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관측했으며, 촉매 표면에서 형성되는 ‘2가 이온 구리상’의 형성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기후 변화와 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의 전기화학적 환원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그리드와 결합하여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청정 에너지원 생산까지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구리 기반 촉매들은 반응 중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따른 성능 저하 문제로 인해 높은 전환 효율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구리 촉매가 반응 중에 어떻게 변형되고 그 변화가 전환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이 촉매 성능 개선의 열쇠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한 연X선 분광-현미경법을 적용하여, 반응 과정에서 수산화구리 촉매의 화학적 및 구조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에틸렌 생성 반응이 진행되는 특정 전압에서 촉매 표면에 ‘2가 이온 구리상’이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2가 이온 구리상’은 계산 및 여러 분석들을 통해 에틸렌 생성 반응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연구팀은 또한 이 ‘2가 이온 구리상’을 인위적으로 촉매 표면에 형성시키는 방법을 개발하여, 이 처리 과정을 거친 촉매가 그렇지 않은 촉매보다 3배 이상의 에틸렌 생성 효율을 보여주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구리 촉매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구리 기반 촉매의 실시간 변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다른 구리 촉매에도 범용적으로 적용 가능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또한 구리 촉매의 반응 중 상변화에 관한 논쟁이 오랜 기간 학계에서 지속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는 그 논란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본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물리화학 및 에너지 분야 학술지 인용 지수 랭킹 상위 0.8%의 세계적 학술지 ‘줄(Joule)’에 12일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
□ 자연과학 및 국제교류 등의 영향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산화탄소 감축은 필수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성능이 우수하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환원 촉매의 개발을 필요로 한다. 공학 분야에서는 주로 재료의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촉매 성능을 개선하려 하지만, 실제 구동 환경에서는 촉매가 전기화학적 환경에 따라 변형되어 초기 성능을 잃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촉매 시스템의 성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료의 물리화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는 촉매 재료가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냈고, 이를 토대로 다른 촉매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기존의 촉매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각을 촉매 디자인에 접목시킨 결과이다. 우리는 현상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곧 실질적인 촉매 성능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가 갖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서울대 연구진이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및 미국의 Advanced Light Source (ALS) 방사광가속기연구소에 직접 방문하여 X선 현미경을 활용해 촉매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로 이루어졌다. 더불어, 대만의 National Synchrotron Radiation Research Center (NSRRC) 방사광가속기연구소와 협력하여 X선 흡수분광법을 통해 촉매의 구조적 변화를 심도 있게 분석함으로써, 전 세계 연구소와의 국제적인 협업이 이번 연구 성과를 완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연구결과]
Spatiotemporal active phase evolution for CO2 electrocatalysis
Juwon Kim, Si Young Lee, Se-Jun Kim, Bonho Koo, Jinkyu Chung, Danwon Lee, Subin Choi, Jimin Kim, Sungjae Seo, Chihyun Nam,Karl Adrian Gandionco, Gwangsu Bak, Sugeun Jo, Namdong Kim, Hyun-Joon Shin, Keun Hwa Chae, Da Hye Won, Matthew A. Marcus, David A. Shapiro, Shu-Chih Haw, Daan Hein Alsem, Norman J. Salmon, Byoung Koun Min, Hyungjun Kim, Yun Jeong Hwang, and Jongwoo Lim
(Joule, in press, https://www.cell.com/joule/abstract/S2542-4351(24)00426-4)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CU)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문제와 에너지 수요 증가를 해결하는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구리(Cu) 기반 촉매를 사용하는 전기화학적 CO2 환원(Eelectrochemical CO2 Reduction, ECR)은 대표적인 CCU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에너지 밀도가 높은 탄화수소나 산소화합물로 변환할 수 있는 유망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다탄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촉매 표면에서 탄소 원자 간의 이합체화(C-C 결합)가 쉽게 일어나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구리 기반 전기촉매에서 C-C 결합의 기원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며, 여러 요인들이 이 결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C-C 결합의 기원에 대한 통일된 견해는 없으며, 국부적인 pH 변화, 결함 부위와 같은 형태적 요인이나 산화된 구리상(Cu+, Cu2+)이 독립적으로 또는 동시에 C-C 결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논란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C-C 결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촉매 반응 중 촉매의 형태 및 화학구조를 분석(operando)하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구리 수산화물 전기촉매는 다탄소 화합물에 대해 높은 활성도와 선택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촉매는 전기화학적 식각, 이동, 증착과 같은 복잡한 과정에서 급격한 상 변화를 겪기 때문에, 촉매의 활성과 화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구리 기반 촉매에서 ECR 동안 Cu+ 상이 존재하거나, 촉매의 형태가 변형 또는 진화하면서 C-C 결합 반응이 강화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명확하게 입증한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 중 스캐닝 투과 X선 현미경(Scanning Transmission X-ray Microscopy, STXM)을 사용하여, CO2 환원 반응 동안 구리의 화학적 조성(Cu, Cu+, Cu2+) 및 형태적 활성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이미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STXM은 방사광가속기 기반 X선 현미경으로, 나노미터 수준에서 산화 상태를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기존 전자현미경에 비해 시료에 가해지는 방사선 손상이 훨씬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민감성을 바탕으로, 본 연구진은 구리 수산화물 촉매에서 CO2 환원 반응 동안 Cu2+ 산화상이 지속적으로 존재함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또한, 전기화학적 식각, 이동, 증착 과정에서 유도된 촉매의 형태 변형이 Cu2+ 산화상의 형성을 유도하고, 해당 산화상은 C-C 결합 강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운전 중 화학적 이미징 기술이 전기촉매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더 효율적인 CO2 환원 촉매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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