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초전도체 메커니즘 규명의 새 장을 열어
이진호 교수 (물리천문학부)
이진호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연구진과 미 코넬대학교 연구진(J.C. Seamus Davis)이 고온 초전도체의 핵심적 작동원리로 알려진 ‘쿠퍼쌍1) (Cooper-Pair, 쿠퍼 전자쌍) 밀도파’를 원자단위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초전도체란 임계온도(보통 –240℃ 근처로, 매우 낮음)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을 의미한다. 초전도체에서는, 두 개 전자가 하나의 쌍을 이루는 ‘쿠퍼쌍’에 의해 전류가 흐른다.
전류가 흐를 때 전력 손실이 생기지 않으므로 전류가 영원히 흐르게 되며, 매우 강한 자기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부상열차나 무손실 송전설비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꿈의 물질이다.
보다 높은 임계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물질이 ‘고온 초전도체’이다. 일반적인 초전도체보다 높은 임계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되지만,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 ‘상온 초전도체’에 이르지는 못한다. 현재까지 최고 임계온도는 130K(-143℃) 수준이다.
그간 과학자들은 실제 산업에 활용될 만큼 높은 임계온도를 갖는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하기 위해, 고온 초전도체의 원리 규명에 노력해왔으나, 일반적인 저온 초전도체와 달리 복잡한 원자구조로 결합해있기 때문에, 메커니즘 규명이 어려웠다.
즉, 쿠퍼쌍이 균일하게 분포하는 일반적인 저온 초전도체와는 달리, 고온 초전도체는 쿠퍼쌍들이 불균일하게 분포하는 ‘쿠퍼쌍 밀도파(Cooper-Pair Density wave)’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고온 초전도 현상을 밝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구리화합물 고온 초전도체 에너지 갭의 공간적 변이
연구진은 나노미터보다 정밀한 수준으로 대상 물질의 원자구조까지 관찰할 수 있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y)과 조셉슨 효과)를 이용, 고온 초전도체 내 쿠퍼쌍의 공간 분포를 원자 해상도로, 처음으로 측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존의 초전도체 실험들이 깨진 쿠퍼쌍 전자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금번 연구는 고온 초전도체를 수 nm 이내로 접근시켜 두 초전도체 간 쿠퍼쌍이 깨지지 않고 전류가 흐르는 현상(조셉슨효과)을 구현했다.
파동을 갖는 전자들을 원자에 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원자를 뚫고 지나가는 양자 터널링 효과를 이용하는 STM을 활용하여, 구리화합물 고온 초전도체(Bi2Sr2CaCu2O8+x) 내부 쿠퍼쌍의 흐름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를 위해 STM 측정 탐침 끝에 미세한 고온 초전도체 조각을 부착, 측정대상에 나노미터 수준으로 근접시켰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진호 교수는 “쿠퍼쌍을 직접 측정하는 새로운 실험 기법을 개발하여 고온 초전도 현상 연구에 돌파구를 제시한 것”이라며 “고온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면 더 높은 임계온도를 갖는 상온 초전도체를 찾고, 이를 통해 향후 무손실 송전 및 자기 부상 설비 등 다양한 상용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네이처지 온라인판에 4월 14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