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님과 7명의 대학원생 그리고 6명의 학부생으로 이루어진 네팔 솔라 봉사단은 2011년 3월부터 약 5개월 간의 기획 및 준비 기간을 통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네팔 고산 지역에 방문하여 8일간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 빛이 없는 네팔 고산지역
굳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나라 어딜 가든 밤에 길을 걷거나 밤에 방에서 책을 볼 때 불 빛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네팔의 경우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토의 80%가 해발 수천 미터의 고산지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때문에 극히 일부의 큰 도시에 사는 주민들을 제외하면, 많은 수의 국민들이 해발 수천 미터의 고산지에 작은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마을들은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하루에서 길게는 며칠을 버스와 도보를 통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으며, 험한 산 중에 있는 마을들이 대부분이기에 버스와 같은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하루 종일 산 속을 걸어서 가야 하는 마을들도 많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팔은 상대적으로 개발 도상국에 속해 있는 국가이며, 우리나라가 과거 몇십년 전 그러했듯이 전반적인 기간 사업과 국토 개발이 미진한 상태입니다. 결국 이들 네팔의 고산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대부분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밤에는 촛불 등을 사용하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네팔 고산지역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자
저희 네팔 솔라 봉사단의 지도 교수님과 팀원들은 이러한 네팔 고산지역 마을에 빛을 전해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기획하게 되었고, 공대생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별한 방법으로 봉사활동을 준비하였습니다. 네팔의 고산지역에서도 마을 내에서 독자적으로 하나의 전기 발전 시스템으로서 운용될 수 있고,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이러한 마을에 설치하는 것이 주된 아이디어였습니다.
2011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팀원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위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를 통해 네팔 고산지 마을의 밤을 밝혀준다’ 라는 말로는 간단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봉사활동의 대상 마을을 선정하고 발전 설비의 규모를 선정하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시도이기에 너무 많은 수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너무 큰 규모의 마을이나 마을까지의 거리가 도시에서 너무 먼 마을은 무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네팔 솔라 봉사단에는 Binayak Bhandary 라는 이름의 네팔인 대학원 생이 한 명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이 봉사활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친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네팔 현지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 봉사단으로서는 현지 정보 수집과 이번 봉사활동에서 목표로 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오기 위해서는 네팔 현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 목적지는 '라마 호텔 마을'
우리 네팔 솔라 봉사단은 이 학생의 도움을 통해 네팔 카트만두 대학의 학생들과 네팔의 기계 전기 관련 기술자 등과 함께 봉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봉사활동 대상 마을도 직접 사전 방문을 통해 적당한 마을을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선정된 마을은 라마 호텔 (Lama Hotel)이라는 이름의 마을로 해발 고도 약 2,500미터의 깊은 산 속에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10시간 정도 이동하고, 다시 걸어서 10시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할 수 있는 마을입니다. 솔라 봉사단의 첫 봉사활동 대상 마을로서 다소 힘든 여정이 될 수 있는 마을이었지만 이 마을로 선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선정 이유로서 이 마을은 7가구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마을이며, 향후 10년 간 전기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예상되는 점 등이었습니다.
대상 지역의 선정이 이루어지고 공대생들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발전 시스템의 설계와 제작 과정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정해진 마을의 규모에 맞는 발전 시스템의 용량과 필요한 여러 구성 요소들을 어떻게 설계하고 제작 및 운반은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한 계획들이 세워지고 준비가 진행되었습니다.
- 절벽을 끼고 10시간을 달리고, 랜턴을 들고 12시간을 걸어 그 곳에
이렇듯 짧지만은 않은 5개월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8월 11일 네팔 솔라 봉사단은 네팔로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의 활동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하루를 묵고 다음날 버스로 약 10시간 정도 이동하여 샤프루베시라는 중간 기점인 마을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에는 우리 나라에서 생각할 수 있는 버스와 도로 사정과는 다른 어찌보면 조금 아찔한 이동 과정이었습니다. 절벽을 옆에 끼고 겨우 버스가 한 대 지날 만한 길을 10시간이나 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버스가 지날 수 없는 산사태가 일어난 곳을 만나면 내려서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 걷고 다시 버스를 타고 겨우 도착할 수 있었던 샤프루베시에서 우리 봉사단은 마을의 학교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수행했습니다. 마을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튿날은 더욱 고된 하루였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약 12시간을 걸어서 한밤중에 최종 목적지인 라마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5시가 좀 지나자 해가 지기 시작해 서너 시간을 해가 완전히 진 캄캄한 산 속을 우리 봉사단은 작은 랜턴과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야만 했습니다.
- 해발 2,500미터 깊은 산 속에 드디어 불이 켜 지다
하지만 마을에 도착하여 고단한 몸과 마음이었지만 그런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던 마을 주민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다음날부터 이틀간은 이번 봉사활동의 가장 중요한 일정인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틀이라는 빠듯한 일정에 마을에 전력망을 깔고 조명을 설치하고 발전기를 설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과 카트만두 대학의 학생들 그리고 우리 봉사단원들은 여기까지 오느라 지친 것도 잊은 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완성시켜 갈 수 있었습니다.
라마 호텔에 도착하여 설치 작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밤 드디어 마을에 가장 첫번째 불빛이 켜지는 순간은 우리 봉사단과 마을 주민 모두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밤이었습니다. 정말 캄캄하기만 하던 이 곳 라마 호텔에 작은 불빛을 전달해 줄 수 있었고 정말 많은 땀과 노력을 통해 정말 값진 감동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날 다시 산을 내려와 8월 18일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 봉사단은 2011년 여름 정말 다시 경험해 보기 힘든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함께 할 수 있었던 안성훈 교수님과 봉사단원 모두, 그리고 네팔의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출처: 계간 '서울공대' 2011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