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기획특별전 ‘이상과 일상’ 개막식 현장(좌) / 전시실 입구 (우)
서울대학교 박물관이 기획특별전 ‘이상과 일상’을 개최했다. 1일(화)에는 박물관 1층에서 개막식이 열렸으며, 이준정 교육부총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회화, 서예, 공예, 탁본 등 전통 미술품에 담긴 옛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상을 향한 삶과 일상을 담아낸 전시는 전통적 삶과 감성을 오늘날 시선으로 되짚었다.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한 고미술품을 1부 ‘이상’과 2부 ‘일상’으로 나눠 소개했다. 1부는 글과 그림에 담긴 옛사람들의 이상향을 조명하고 있으며, 2부는 현실의 풍경과 일상을 담아냈다. 전시는 4월 1일(화)부터 6월 28일(토)까지 박물관 1층 전통 미술실에서 열리며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상의 궤적, 옛사람들의 소망을 따라서
‘평생도’ (좌) / ‘진흥왕 순수비’ 탁본 (우)
전시실로 가는 발걸음을 반기는 ‘평생도’를 시작으로, 1부는 이상적인 삶의 궤적을 그렸던 옛사람들의 소망에 집중했다. 특히 박물관이 소장한 ‘평생도’ 가운데서 보기 드문 ‘무관 평생도’가 공개됐다. 권주홍 학예연구사는 “문인의 삶에 집중된 기존 ‘평생도’와 달리, 무관의 이상적 생애를 조망했다. 이상에 대한 시대의 갈망을 더욱 사실적으로 조명한다”라고 설명했다. ‘고사인물화’, ‘진흥왕 순수비’ 탁본을 포함한 여러 탁본과 같은 다양한 유물이 함께 전시돼 당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이으며
대를 이은 회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김정희 ‘묵란도’ (좌) / 신위의 ‘산수도’와 신명연의 ‘수국과 괴석’
2부 ‘일상’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옛사람들의 일상이 예술로 표현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회화, 공예품 등 다양한 장르에 담긴 삶의 현장은 시대적 감수성을 더해 개인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김정희의 ‘묵란도’는 전통 회화의 계승과 창작의 일상이 예술로 치환된 대표적 사례다. 신위와 신명연 부자의 작품은 맥락을 함께 한다.
조선 후기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평양도’
작품들은 지난해 12월 박물관에 새롭게 소장된 유물로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평양도’는 조선 후기 경제,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평양의 풍경을 담은 병풍 작품이다. 사람들이 모여 놀이하거나 판소리를 감상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어 일상 정취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평양도’는 앞서 살펴본 ‘평생도’와 함께 전시 포스터를 장식했다. 권주홍 학예연구사는 “포스터 상단에 이상을 상징하는 ‘평생도’를, 하단은 일상을 나타내는 ‘평양도’를 배치해 전시 주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근역화휘’와 수록작을 담은 디지털 스크린 (좌) / ‘근역서휘’와 첫 번째 글자 ‘근묵’ (우)
전시장 중앙에는 ‘근역서휘’와 ‘근역화휘’가 자리했다.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인 오세창이 보존해 온 우리나라의 고서화를 엮은 정리집이다. 각 첩의 첫머리를 장식한 작품이 전시되며, 관람객들은 유리관 위에 마련된 디지털 화면을 통해 전체 수록작을 열람할 수 있다. 권주홍 학예연구사는 “‘근역서휘’의 첫 번째 글자인 ‘근묵’을 통해 당대 문인들의 문체와 언어 감각, 미학을 한꺼번에 엿볼 수 있다”라며 전통 보존의 의미를 강조했다.
연암 박지원이 아들에게 보낸 ‘서간’ (좌) / 시대순으로 정렬된 각종 공예품 (우)
조선시대의 편지 자료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연암 박지원이 아들에게 보낸 ‘서간’을 비롯한 여러 서신은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삶의 풍경을 보다 실감이 나게 전달했다. 전시장 말미에는 각종 공예품을 시대순으로 배열했다. 청동거울, 청자, 백자 등은 시대별로 미감을 변화있게 보여주며 예술로 향했던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별전은 전통 미술을 통해 옛사람들의 삶을 여러 방면으로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과거와 현재의 삶을 한데 놓고 비교하며 ‘이상’은 곧 삶의 지향점이자 ‘일상’의 연장선이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삶의 지향과 그 속의 소소한 풍경들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의 미학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깊은 영감을 준다. 권주홍 학예연구사는 “누구나 이상적인 목적을 가지지만 동시에 하루하루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고미술품으로 전한 울림이 전해지길 바란다”라며 전시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꾸준히 옛사람들의 흔적과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데 힘써왔다. 전시를 기획한 이들의 따뜻한 시선과 역사에 장식된 사람들의 정취가 묻어나는 전시를 관람하며 천천히 이상과 삶을 사유해 보길 바란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최윤서 기자
(okys112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