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서울대 야구부-우리 한 번만 이겨보자’는 2024년 10월에 방영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다큐멘터리는 서울대학교 야구부가 2024년 8월 23일 동경대와의 교류전에서 첫 승리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이들의 열정을 조명했다. 이러한 성과와 이야기는 서울대 야구부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
코치 이정호(체육교육과.13), 주장 김유안(건설환경공학부.21), 부주장 양서진(건설환경공학부.21), 그리고 수석매니저 강지민(미학과.24)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마주한 도전과 성장의 순간들, 그리고 서울대 야구부만의 특별한 팀 문화를 들여다보았다.
서울대 야구부가 올해 거둔 두 번째 승리는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이었을 것 같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김유안 올해는 팀원들 모두가 큰 기대를 하고 준비했던 시즌이다. 군대에 다녀와 복귀한 동료들이 많았고, 졸업을 앞둔 선배들도 함께하면서 ‘이번엔 꼭 1승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했다. 두 번째 승리를 거두며 팀워크가 훨씬 단단해졌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승리는 서울대 야구부 역사에 남을 중요한 순간이 되었고, 언론에도 주목받으며 팀의 존재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이정호 서울대 야구부에서 5~6년 동안 선수로 뛰고 지금은 코치로서 팀을 지켜보고 있는데, 두 번째 승리는 단순히 우리 팀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배님들부터 이어져 내려온 팀의 전통과 열정을 우리가 잘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덕분에 가능했다. 이번 승리는 그런 역사와 노력의 결실로, 선배님들과 도와주신 많은 분 덕분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값진 성과라고 본다.
강지민 두 번째 승리 이후 팀의 기대와 기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면서 경기 운영이 정돈되고 좋아졌다. 이에 팀원들끼리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플레이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하지만 한 번의 승리로 해이해지거나 자만하지 않도록 앞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양서진 운동부를 하면서 승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야구부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특히 의미가 깊다. 20년 만에 이뤄낸 성과인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또 한 번 값진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이정호 주변에서 걱정하기도 하지만 서울대 야구부에서 얻는 에너지가 정말 크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최소한 화요일 저녁 퇴근 후와 토요일 오전은 꼭 시간을 내어 팀을 지도하고 함께하고 있다. 물론 주말에 쉬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야구부 활동을 통해 삶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상이다.
김유안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왔고, 중학교 3년 동안 학업과 야구를 병행했다. 그때도 느꼈지만, 학업에 쓰는 에너지와 운동에 쓰는 에너지는 서로 다르면서도 보완적이다. 공부로 지쳐도 야구장에서 뛰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운동으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반대로 야구로 체력이 소진된 날에는 다시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힘을 채울 수 있었다. 학업과 야구는 각자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양서진 군대에 갔다 와서 다시 학업과 야구를 병행했을 때 내가 한 선택이 나를 괴롭게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인 만큼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바꾸면서 부담을 줄이니 오히려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팀과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김유안 동경대 교류전을 끝으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달 정도 쉬면서 ‘내가 야구를 참 좋아했었지’라는 사실조차 희미해졌다. 그런데 다큐멘터리에서 예전에 야구하던 내 모습과 시합 장면을 다시 보고, 얼른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재활 운동에 열심히 매달리며 다시 한 번 내가 얼마나 야구를 좋아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양서진 다큐멘터리 촬영 이후에 그만둔 부원들과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다들 그때는 순간순간이 이렇게 즐거웠는지 몰랐다고 하더라.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때 참 행복했었구나, 정말 좋은 순간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 시즌 멤버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지민 주변 친구들이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해줬다. 사실 서울대에 야구부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반응을 보며 외부에서도 우리의 노력을 더 알아볼 수 있게끔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호 예전에 이광환 감독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너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개인이 아니라 서울대 야구부 전체로 비춰진다”는 말이었다. 이번 방송을 통해 아이들이 이런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팀을 얼마나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혹은 반대로 팀의 명예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방송이 단순히 결과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팀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민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동경대 교류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무엇이고, 어떤 교훈을 얻었나
김유안 동경대 교류전을 위해 두 차례 일본에 다녀왔는데, 첫 번째 답사에서 본 동경대 친구들의 훈련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서울대 야구부도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그 친구들은 잡담 없이 훈련에 몰입하며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시합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1회 좌익수 플라이 상황에서 한 선수가 불펜 마운드에서 넘어지면서까지 공을 잡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양서진 일본 학생 야구의 성지인 메이지 진구 야구장에서 경기한 것이 인상 깊었다. 특히 경기 중 상대 선수들이 보여준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안타 하나에도 팀원들과 크게 기뻐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야구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강지민 교류전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방송을 통해 보니 동경대는 애널리스트가 따로 분석을 담당하고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활용하는 등 관심과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인프라와 인원이 풍부한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서울대 야구부는 동경대처럼 인원을 늘리거나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런 환경과 상관없이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호 동경대 교류전에 학부 시절에는 네 번 참여했으며, 코치로서는 이번이 첫 참여였다. 동경대 선수들을 보며 경기 내적으로 짜임새가 매우 좋은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 경기 외적으로도 짜임새가 돋보였다. 매니저들은 인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각자의 역할이 명확히 정해져 있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6년 동안 애널리스트가 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훈련을 분석하고 발전시켜 온 점도 놀라웠다. 이를 보며 우리 팀을 돌아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 못한 서울대 야구부의 이야기가 있다면
양서진 서울대 야구부만의 장점은 여름 합숙 훈련이나 주 4회의 꾸준한 자체 훈련, 팀원들끼리 고민하며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들에 있다. 우리 팀의 진정한 강점은 이런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협업과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호 올 시즌 전력 분석에 정말 큰 노력을 기울였다. 방학 시즌에 촬영이 이루어지다 보니 선수들이 학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담기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다. 과거에는 학점이 3.5를 넘지 못하면 팀 규율에 걸릴 정도로 학업에도 신경을 써야 했고, 지금도 선수들이 시험기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거나 자율적으로 시간을 조율하며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강지민 이전 수석매니저가 더그아웃에서 정말 열심히 움직이며 다양한 역할을 해주었다. 노트에 훈련과 경기를 꼼꼼히 기록하면서도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서진 서울대 야구부 매니저들은 37~38도의 폭염 속에서도 인조 잔디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을 위해 쿨링 용품을 갖춰 서울에서 밀양까지 가져오는 등 크고 작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호 맞다. 사실 매니저들은 시즌 초 선수 등록부터 각종 행정 업무를 도맡아 하고, 숙소 예약 등에 있어서도 여러 대안을 고민하면서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한다. 그런 세세한 고민과 노력을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서울대 야구부만의 독특한 팀 문화나 분위기는 무엇인가
이정호 서울대 야구부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순위를 명확히 두는 것이다. 이광환 감독이 뿌리내린 철학 중 하나로, 1번 학업, 2번 생업(아르바이트 등), 3번 야구부의 순서를 기본으로 한다. 다른 대학 야구부는 매일 훈련에 나가는 것이 기본인 경우가 많지만, 서울대 야구부는 화요일과 토요일로 필참일을 감독이나 코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서울대 야구부 선수들은 훈련 중 문제가 생기면 서로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아간다. 이런 과정에서 남을 먼저 생각하고 대화를 통해 협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이는 다른 팀들과 차별화되는 서울대 야구부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야구부 활동 중 본인에게 가장 특별한 기억은 무엇인가
강지민 수석 매니저로서 첫 행사를 맡았던 OB전이 떠오른다. PPT를 발표해야 했는데, 너무 많은 선배님 앞이라 긴장됐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발표할 때마다 호응해주고 따뜻하게 격려해줘서 감동했고, 덕분에 떨지 않고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양서진 군 생활을 하며 앞으로 대학 생활에서 야구부를 병행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야구부 복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2021년도에 주장을 맡았던 형이 보여준 서울대 야구부만의 문화였다. 그 형은 고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가장 먼저 운동장에 나와 돌을 줍고, 운동장을 정비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전혀 티를 내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 문화와 솔선수범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마음에 남았다.
이정호 서울대 야구부에 오기 전에는 야구에서 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팀워크와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이야기하자면, 이광환 감독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감독님은 항상 굵직한 철학들을 가르쳐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예를 들어, 서울대생들이 리더십을 배우려 하기 전에 먼저 팔로워십과 팀을 위한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리더의 솔선수범과 팀을 위한 헌신에 대한 가르침은 순간순간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런 가르침이야말로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가장 특별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김유안 졸업이나 군 입대 등으로 야구부를 떠나는 선배,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부터 주장을 맡게 되었는데, 후배들에게 “야구부를 더하고 싶어도 못 하는 순간이 언젠가 온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하자”는 말을 전했다. 그날 이후, 서울대 야구부에서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향후 팀이 설정한 새로운 목표나 방향성이 있다면
김유안 우리의 목표와 방향성은 항상 같다. 경기에 나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야구팀이라면 당연히 야구를 잘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우리의 진정한 배움은 야구를 잘하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된다. 훈련 중에는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운동할지 고민하며, 실력이 부족한 친구들을 함께 이끌고 서로를 도와간다. 우리는 야구 선수가 될 사람들이 아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리더십과 팀워크 같은 중요한 가치를 배우는 것이 서울대 야구부의 방향성이다.
양서진 다큐멘터리 제작 당시 PD님이 서울대 야구부를 선택한 이유도 “취업 걱정과 스펙 쌓기가 우선인 사회에서, 왜 이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와 땀 흘리며 야구를 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우리 팀의 가치는 바로 그런 점에 있다. 1승의 향수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우리만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서울대 야구부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강지민 서울대 야구부는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태도를 중요시하며, 이러한 태도가 다른 야구부에게도 자극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더라도 지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실력으로 서로 자극을 주며 발전할 수 있는 팀이 되어야 한다.
서울대 야구부의 도전이 가진 특별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이정호 취업난 시대에 운동부 활동이 사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야구부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들은 그 어떤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김유안 야구에 이렇게나 많은 시간을 쏟는 데에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서울대 야구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물론 취업과 학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며 그런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울대 야구부의 도전은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스스로 가치를 찾아가는 이들은, 열정과 협력을 통해 팀의 전통을 이어가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두 번째 승리와 KBS 다큐멘터리 방영은 이들의 노력을 외부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서울대 야구부의 진정한 가치는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팀워크에서 나온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축복’이라는 주장 김유안의 말처럼, 서울대 야구부는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치열하게 도전하며 청춘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의 끝나지 않은 도전이 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주서현(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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