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보존과 복원은 단순한 기술적 작업을 넘어서, 과거의 흔적을 미래로 연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개관과 함께 보존 수리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7년부터는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더욱 체계화된 복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10월 12일(토)부터 시작된 ‘수리수리 보존수리’ 기획특별전은 수십 년간 손상된 유물들이 다시 본연의 가치를 되찾는 과정을 대중에게 조명하고 있다. 전시는 2025년 3월 29일(토)까지 이어지며,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문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보존 수리의 여정
이번 특별전은 유물 보존 수리의 과정과 그 중요성에 집중한다. 그 중심에는 차승자총통, 석촌동 고분군 토기, 전통 관모와 같은 다양한 복원 유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고고역사부 이정은 학예연구사는 “유물 보존 수리는 단순히 손상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유물이 지닌 시간적 가치를 유지하고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도 아래 전시에 포함된 유물들은 박물관 각 부서에서 선별해 구성되었으며, 그중 많은 유물이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전시된 유물 중에는 복원이 까다로운 유물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차승자총통은 조선 시대의 군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물로, 보존 수리의 기술적 도전이 돋보이는 사례다. 1986년 보물로 지정된 차승자총통은 녹이 슬고 형태가 훼손된 상태였으나, 복원을 통해 본래의 위용을 되찾았다. 이정은 학예연구사는 “전통적인 금속 처리 기법과 현대 기술의 조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유물의 역사적 맥락과 미적 가치를 동시에 되살릴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전통 관모의 복원은 특히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러실라 학예연구원은 “관모에 사용된 일부 재료는 현대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며, 복원의 핵심은 이러한 원형 재료를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복원 관계자들은 수많은 실험과 탐색을 통해 전통 재료에 가장 근접한 대체 재료를 찾아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관모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그 역사적 가치를 되살렸다. 이번 특별전은 이러한 정교한 복원 과정을 통해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깊이 있게 보여주며, 유물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전달한다.
한편, 석촌동 고분군에서 발굴된 넓은 입 항아리는 다른 유물들과 달리, 복원하지 않은 사례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항아리는 형태가 복잡하고 수많은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단순한 복원보다는 그 훼손된 상태가 지닌 역사적 맥락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일부러 복원되지 않았다. 이정은 학예연구사는 “때로는 복원 자체보다, 유물의 손상된 상태가 과거의 흔적을 더 진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번 특별전은 복원된 유물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복원하지 않은 유물도 함께 전시함으로써, 보존 수리의 다양한 접근 방식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유물이 단순한 과거의 물건을 넘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으며, 복원의 과정 역시 단순한 기술적 수리가 아니라 그 유산을 미래로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임을 깨닫게 된다.
유물 속에 담긴 이야기: 전시의 가치와 철학
유물 복원 작업은 기술적 도전을 넘어서, 유물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의미를 되살리는 철학적 과정을 포함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서화유물, 특히 족자와 병풍, 액자 등으로 꾸며진 옛 그림들을 통해 이러한 철학적 접근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그중 여덟 폭의 병풍으로 복원된 ‘문효세자 책례도’는 관람객들이 왕실 의례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러실라 학예연구원은 “이번 복원 작업을 통해 폭 하나하나가 아닌, 하나의 원상태로 문효세자 책례도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전시의 목표는 유물의 복원이 단순한 물리적 수리가 아닌, 문화유산의 지속적 가치 보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이정은 학예연구사는 “유물 복원은 그저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물의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현대 사회와 연결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복원의 철학은 유물의 원래 상태를 보존하는 데 있지만, 현실적 제약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가치는 더욱 깊어진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유물 보존과 복원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러실라 학예연구원은 “유물 보존 수리는 단순한 형태 재현을 넘어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은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리수리 보존수리’ 특별전은 과거의 유물을 복원하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보존과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회로 복원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문화유산 보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주서현(종교학과)
wynterfrgranc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