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미술관의 “Protect Me From What I Want - 예술, 실패한 신화” 전시가 지난 5월 26일(일)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는 자본과 소비가 신화화된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일확천금과 요행만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강우혁, 김선열, 김실비, 태킴, 남다현, 반재하, 손승범, 우정수, 장종완 등 9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나의 욕망에서 나를 구해줘'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관람객들에게 인간이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했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신화화된 자본주의와 소비문화, 과잉자본주의의 욕망에 중독된 우리 사회와 예술계를 직시하고자 한다"라며 "미술관이 낙원의 환상을 조장하거나 유행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곳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요행과 일확천금을 향한 욕망을 꿰뚫는 예리한 시선
이번 전시는 자본주의와 소비문화에 물든 현대 사회와 예술계를 날카롭게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돈과 명예를 좇는 인간의 욕망에 따른 숱한 부작용을 파헤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많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보나 큐레이터는 "우리는 모두 갑작스러운 부와 명성을 꿈꾸지만, 그런 요행과 일확천금만을 바라는 삶의 자세 자체를 되물어야 한다"라며 "쉽고 빠른 성공 대신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장에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이 공간 곳곳을 메웠다. 김선열 작가의 ‘쓰나미를 이기는 방법’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다양한 방식 속에서 재난을 상품화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드러냈다. 전지구적 기후 위기와 재난마저 시장 논리에 따라 계산되는 오늘날,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작가는 재난 상황을 상품 판매 요소로 사용해 헬멧, 장갑, 신발, 삽 등 재난 물품 등을 ‘핫’하고 ‘힙’하게 전시했다. 이러한 유희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상품들은 재난 상황에서도 남들과의 차별화를 부추기는 인간의 속물 근성을 비판하고, 타인의 불행을 상품화하는 현대 사회의 비인간성을 꼬집는다.
손승범 작가의 ‘재생되는 꽃’은 축하 화환이나 트로피처럼 행복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물건들이 시간이 지나 잊히고 버려지는 모습을 포착한다. 이로써 성취와 자부심, 축하와 애환의 순간들이 결국 덧없음을 드러냈다. 재개발 부지에 남겨진 기물들이 과거 삶의 흔적을 드러내듯이, 작가는 겉모습만 남은 퇴색된 과거의 의미와 가치의 본질에 대해 질문했다. 그의 작업은 바니타스 정물화*처럼 순간의 유한함과 영원을 향한 인간의 꿈 사이의 간극을 포착했다.
작품 연계 프로그램을 통한 작품의 심층적 이해
작품 연계 프로그램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표면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깊은 의미와 숨겨진 이야기를 탐구하는 참여의 기회를 제공했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가의 시선과 의도를 직접 경험하며 그 내면에 흐르는 철학적 사유와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3월 22일(금)에 진행된 남다현 작가의 '제프쿤스 파격세일'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미술작가 가운데 한 명인 제프쿤스가 공장에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을 패러디해, 공장 생산 방식으로 풍선 작품을 제작하는 퍼프먼스였다. 미술품의 제작 과정을 폭로하는 것은 물론 미술품의 가격 책정 방식을 꼬집는 것까지가 작품의 기획의도였다. 관람객은 현금 천 원을 직접 지불하거나 작가의 계좌로 천 원을 송금하여 풍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을 직시하도록 관람객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기자도 직접 천 원을 지불하고 작품을 구매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4월 24일(수)에 진행된 강우혁 작가의 '달나라 부동산 경매'는 실체가 없는 소유물인 부동산의 가치와 이를 둘러싼 자본의 거래방식을 지적한 퍼포먼스였다. 지금으로서는 달에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에도, 강 작가는 Lunar Embassy를 통해 달 부동산 소유권을 구매하고 이를 10개로 나눠 다시 판매했다. 달 부동산 자체는 실질적인 가치가 없지만,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가치를 부여하자 경제적 가치가 생겼다. 이를 보여줌으로써 강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치 교환에 숨은 문제를 드러냈다. 가상의 자본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것이 얼마나 믿을만한 것인지를 고민해보게끔 했다.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작가의 예술세계와 관객의 삶이 교감하고, 시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이번 전시는 욕망과 현실, 예술과 자본을 주제로 현대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했다. 박보나 큐레이터는 "삶에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욕망과 행복의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었다며 "현대인에게 예술이 가진 치유와 성찰의 힘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관객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전시를 만들어가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은 6월 13일(목)부터 다음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니타스 정물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예술 장르로, 삶의 덧없음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설계된 상징적인 요소들이 특징이다. 해골, 시든 꽃, 모래시계, 꺼진 촛불, 악기, 책, 과일 등의 물건들을 자주 포함하며, 모두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일시적인 본질을 상징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전송배(간호학과)
thrxprc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