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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Nomadic Dream’에 깃든 삶과 역사

2024. 2. 15.

서울대학교미술관 ‘Nomadic Dream’ 전시 공식 포스터
서울대학교미술관 ‘Nomadic Dream’ 전시 공식 포스터

심철웅 교수(서양화과)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전시 ‘Nomadic Dream’이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비디오‧미디어아트를 이끈 1세대 작가이자 본교 서양화과 교수로 29년간 재직한 심 교수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미디어아트의 토대를 구축해온 심 교수는 근래 1945년~1948년 미군정기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관한 작업을 중점적으로 펼쳐왔다. 특히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역사적인 진실성의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작년 12월 22일(금)에 시작돼 지난 1월 7일(일)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심 교수를 직접 만나 작가이자 교수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왜 ‘노마딕 드림’일까?

‘Nomadic Dream’ 전시 현장에서 심철웅 교수(서양화과)를 만났다.
‘Nomadic Dream’ 전시 현장에서 심철웅 교수(서양화과)를 만났다.

심철웅 교수는 이번 전시를 “지금까지의 작업을 정리하고 1막을 내리는 마음가짐으로 구상했다”라고 소개하며 “교수로 정년퇴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이어 “앞으로 잠깐의 휴지기를 갖고, 인생의 2막을 열 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심 교수는 자신의 개인적 삶에서부터 이번 전시가 시작됐다고 밝히며 “가족들을 보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구축된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에서부터 이번 전시의 주제인 노마디즘이 출발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곳에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적인 정체성을 부유할 때 더 제대로, 다양한 층위에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심 교수는 이번 전시가 “이주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작가의 사적인 영역 모두에서 중첩되는 의미를 갖는다”라고 답했다.

심 교수는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일종의 ‘퍼스널 다큐멘터리’로 담아내고자 작품을 기획하고 촬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작품 세계는 곧 정체성으로부터 갖춰지는데, 심 교수는 모든 예술은 작가가 살아온 배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장소성의 문제를 강조한다. 한번 지나간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기록하고, 이러한 개인적 영역도 곧 작품 세계로 이어져 한 명의 작가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심 교수는 사진과 영상 작업물로써 자신의 삶도 외부 세계와 연결된 역사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 서술했다.

심 교수의 역사적 성찰과 장소성에 대한 탐구를 담은 예술

서울대학교미술관 ‘Nomadic Dream’ 전시 현장
서울대학교미술관 ‘Nomadic Dream’ 전시 현장

심철웅 교수에게 대표적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우선, ‘텍스트-기호-생명: 다변형 머리의 환영’은 IMF 이전 우리나라의 상황이 실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보다도 더 사치스럽게 꾸며져 있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Another River: Dream, Blood, History’에 대한 해설도 이어졌다. 심 교수는 “한강은 강을 이루는 물만 자연적인 것이지, 그 주위를 둘러싼 환경은 대개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도식이다”라며 “때문에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캐피탈리즘을 기반으로 개발된 도시에 대한 의식을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희생된 우리 민족의 불행한 삶,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꿈꾸었던 어떤 이상은 우리나라에서는 ‘한’이라는 정서로 전해 내려와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한 감각의 영역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한 명의 시각예술가로서 역사적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에 책임을 느낀다. 이는 심 교수의 언어로 “어떤 현상에 내재한 메타-레이어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시각장”을 갖추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역사성에는 그 역사가 발생한 공간의 장소성이 내재한다. 심 교수는 “일제강점기의 시각적 이미지와 장소가 형성, 변천돼온 과정을 프레임에 담으면서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그 자체로 유목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6.25 전쟁 당시 수십만 명이 38선을 넘고 거주할 집 없이 배회하며 눈앞의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던 사실이 부모님 세대를 대표 하는 크나큰 아픔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심 교수의 작품 세계는 무엇보다 그 시절의 아픔에 주목했다. 심 교수는 자신의 작품 ‘명명없는 성벽’에서 보여주듯, “성벽의 잔해들이 식민지 시기 이후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곳을 직접 눈으로 담고 카메라로 찍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심 교수는 자신의 지난 30년과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품에 장소성에 대한 탐구를 담아냈다.

심철웅 작가의 ‘텍스트-기호-생명: 다변형 머리의 환영’ (1996) 영상 작품 사진
심철웅 작가의 ‘텍스트-기호-생명: 다변형 머리의 환영’ (1996) 영상 작품 사진

심철웅 작가의 '어나더리버' (2011) 영상 작품 전시 장면
심철웅 작가의 '어나더리버' (2011) 영상 작품 전시 장면

“열린 시각의 틀은 한 가지만 옳고, 다른 것은 틀리다고 말하지 않아요. 저는 여러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를 캡처해서 작품을 구성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심철웅 교수는 한 측면에만 국한된 시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학업을 이어갈 학생들에게 “자신이 말하고 싶은 본질을 찾고, 언제나 질문을 멈추지 말라”라며 “자신의 가치는 자신 안에 이미 내재돼 있으니 스스로에 대한 칭찬과 신뢰, 확신으로 그것을 키워나가야 한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심 교수가 학생들에게 당부한 메시지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퇴임 이후에도 다채롭게 이어질 심 교수의 인생 2막이 기대된다.

심철웅 작가의 ‘명명없는 성벽’ (2013)  영상 작품 사진
심철웅 작가의 ‘명명없는 성벽’ (2013) 영상 작품 사진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진영(작곡과)
young716@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