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수) 의과대학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의사인력 양성정책과 의학교육’을 주제로 SNU Medicine Forum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의과대학 건강사회개발원이 주관했으며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사말을 맡은 조비룡 건강사회개발원장은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의사인력 양성과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폭넓은 논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의과대학장은 “의사인력 확충문제는 단순히 의과대학 정원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된 문제”라 밝히며 객관적인 시선에서 미래를 조망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시스템 변화 주도자 양성할 수 있는 의학교육 필요
포럼에서 첫 발제를 맡은 홍윤철 교수(예방의학교실/휴먼시스템의학과)는 ‘한국의 의사인력 양성정책의 논점과 혁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홍 교수는 “2050년 우리나라 노령인구의 비율은 약 40%에 육박하고, GDP 대비 의료비는 10%를 넘어설 것”이라며 급격한 의료 수요 증가 추세를 경고했다. 홍 교수는 “부족이 예상되는 의료 제공자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역으로 의료공급의 잉여가 생기는 시점을 고려한 정기적인 추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홍 교수는 “대부분 지역의 의료 서비스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지만, 수도권은 오히려 공급과잉 양상을 보일 정도로 지역 간 큰 격차가 존재한다”라며 의사인력 공급문제를 넘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 말했다. 인턴·전공의 교육수련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제언이 있었다. 홍 교수는 현행 교육수련 제도에 대해 “지역사회 의료기관을 경험할 수 있고 1, 2차 의료기관을 포함하는 체계적인 교육수련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인력 확대 문제도 교육수련 단계에서부터 지역의료 인재 양성 목표를 포함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발제는 KAMC 정책연구소 소장인 이종태 교수(인제대 의과대학)가 맡았다. 이 교수는 ‘의학교육의 변화, 다가올 도전과 기회’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와 필수의료 담당 인력과 의사 과학자 양성 등 시대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라면서 복합적인 상황을 어떤 관점에서 통찰하고 대응하는지에 따라서 극복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과대학이 가지는 사회적 책무를 진정성 있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 교수는 “단순히 전문직업성 기준을 충족하는 졸업생 양성 목적을 넘어 의료시스템 변화 주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그 사회적 책무임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와 보건 당국, 대학이 모두 상호작용하며 졸업생에게 봉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교육과정 및 평가체제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인력 확대가 실현된다면 증원 목적에 맞게끔 교육과정 또한 하나의 연속체로서 성과기반 교육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라고 덧붙이며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학교육을 위한 정부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주도할 의학교육 패러다임 진단하는 시간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박중신 진료부원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먼저 발언을 한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의료인력 공급문제에 대해 진단했다. 권 위원은 “시장경제 하 수요와 공급의 가격조정이 유동적인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 분야는 면허제도를 통한 진입장벽이 있어 새로운 균형을 찾기가 힘들다”라면서 의료 수가,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 평가했다.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필수과와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힌 권 위원은 학생들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제적, 비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고용전망을 밝혀주고, 일과 생활의 균형 등 일자리에 대한 개선이 마련되는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패널 발표를 이어갔다. 문 연구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유지된 것은 매우 효율적인 의료 운영방식에 기인한 것”이라며 “통계에 의해 의사 인력을 급속도로 확충한다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수도권에서조차 대형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단순히 인력을 확충하고 커리큘럼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의 인식과 선호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 선제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완범 서울의대 의학교육실 실장도 “학생들이 지역사회 의료를 경험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며 의료시스템 개선에 대한 인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의학교육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학생들이 학습하는 공통과정 외에 선택적으로 심화 학습할 수 있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고 밝힌 박원범 실장은 “각 대학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사회적 책무의 내용과 강조점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체계와 제도 그리고 교육은 급속한 고령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는 문제이기에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객관적인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청취하는 장이 됐다. 본교 의과대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 아래 관련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대 학생기자
김규연(정치외교학부)
rbdus752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