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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중심의 토론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다, ‘제9회 SNU 토론한마당’

2024. 1. 9.

지난 11월 18일(토), 제9회 SNU 토론한마당 결승전이 멀티미디어강의동(83동)에서 진행됐다. 기초교육원에서 주관하는 SNU 토론한마당은 비판적 사고와 소통 능력의 함양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선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시작됐다. 9회를 맞은 올해는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한가?’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본선에는 16개의 팀이 참여했고, 유비무환 팀(정치외교학부 송유나, 정치외교학부 라동건)과 디즈니 팀(경영학과 김준이, 농경제사회학부 최진, 정치외교학부 심성하, 자유전공학부 변윤이)이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전에 올랐다.

경청으로 수용하고 논리로 설득하는 학습의 기회

SNU 토론한마당은 2015년에 ‘올바르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를 주제로 한 제1회 관악토론한마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론한마당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경쟁 중심의 대회가 아니다. 논리와 말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토론보다는 설득과 이해의 소통을 지향한다. 따라서 토론 모형 역시 찬반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장 1 모둠과 주장 2 모둠으로 나눈다. 찬반에 관해서는 같은 입장을 취해도 이를 설명하는 논지가 다르다면 서로 다른 주장으로 보고, 둘 중 더 나은 논거가 무엇인지를 가르는 데에 중점을 둔다.

제9회 SNU 토론한마당 포스터
제9회 SNU 토론한마당 포스터

제9회 토론한마당은 올해 3월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주축으로 하여, 여러 차례의 기획 및 준비회의를 거쳤다. 찬반이 뚜렷이 갈리지 않는 토론 형식의 특성상 기존의 토론한마당은 주장의 논점이 명확하지 않고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기초교육원은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이번에는 토론 주제를 설명하는 취지문에서 참고문헌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현실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차이와 부모 소득에 따라 대물림되는 학력 등의 통계 자료를 제시한 취지문과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등을 비롯한 참고자료를 참고해 입론문을 작성했다. 8월 1일(화)부터 10월 6일(금)까지 두 달간 진행된 예선에는 총 49개의 팀이 접수했고 교수진의 심사를 거쳐 총 16개의 팀이 본선에 올랐다. 행사 당일에는 8개의 찬성팀과 8개의 반대팀이 각각 짝을 이뤄 토너먼트를 치렀다.

두 팀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돋보인 결승전

결승전은 최윤영 기초교육원장과 유홍림 총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최 원장은 “지식이 폭증하고 인공지능이 글을 써줄 수 있는 시대에 토론은 중요한 핵심역량”이라고 말하며 토론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특히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한가?’는 한국 사회에서 시의성이 있고 본교 학생들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내용이라며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 총장은 “대학의 최우선 목표는 창의성과 시민성 교육”이라며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토론을 꼽았다. 유 총장은 참여 학생들에게 “이번 토론이 공동체에 관한 관심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SNU 토론한마당 결승전에 참여한 유비무환 팀과 디즈니 팀의 사진
SNU 토론한마당 결승전에 참여한 유비무환 팀과 디즈니 팀의 사진

결승전에 참여한 두 팀 모두 능력에 따른 차별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비무환 팀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디즈니 팀은 차별이 부당한 이유에 집중했다. 유비무환 팀은 현실적으로 능력에 따른 분배보다 적절한 분배 방식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당함과 불가피함 사이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함을 역설했다. 그 해결책으로는 재분배와 시민의식 고양이라는 시정 과정을 통해 능력주의의 부당한 면을 보완하고 적절한 자원분배 방식을 고민해야 함을 강조했다. 디즈니 팀은 차별이 인간 존엄을 침해하고 공공선과 복지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를 차단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능력은 정형화된 기준으로 측정 불가능하다는 것을 근거로 차별의 원천적 폐지를 주장했다. 두 팀은 모두 토론한마당이 지향하는 방향에 맞게 실제 사례를 통해 의견을 개진했다. 유비무환 팀은 시민의식 교육을 통해 통일을 이뤄낸 독일의 경험을 제시해 시민의식 고양을 통해 최선의 자원분배를 실현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디즈니 팀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과 같은 실제 사례를 통해 능력에 따른 차별이 사회의 발전적 논의를 차단한다는 입론의 주장을 강화했다.

결승 평가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된 총 30명의 청중평가단과 미학, 컴퓨터공학, 보건학 등 다양한 전공 소속의 7명의 교수가 맡았다. 각 과정에 따라 ‘토론 주제에 충실했는가?’, ‘쌍방이 입장이 갖는 강점을 명료히 설명했는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는가?’ 등을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교수진과 청중평가단의 의견이 합일을 이뤄 근소한 차이로 유비무환 팀이 이번 토론한마당의 대상 팀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장 김수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다양한 의견을 통해 우리 사회와 관련한 쟁점을 나누는 좋은 기회였다”라고 토론을 정리했다. 김 교수는 열띤 토론을 펼친 양 팀을 칭찬했다. 다만 그는 두 팀의 의견 사이의 연결성이 부족했던 점을 짚으며, “나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주장과 본인의 주장이 상충하는 점과 만나는 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상을 차지한 유비무환 팀과 금상을 수상한 디즈니 팀 외에도 본선에 오른 2팀이 은상, 4팀이 동상, 8팀이 장려상을 받았다.

토론자와 청중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간 토론의 장

이번 토론한마당에는 토론자와 청중이 자유로이 소통하는 모두발언 시간도 마련됐다. 여러 패널은 두 팀의 주장에 관해 날카로운 시각을 공유했다. 교수 패널 측에서 “능력은 사람들의 파이를 나누는 것뿐 아니라 키우는 기능 역시 수행한다”라며 “학생들이 기존의 효용을 나누는 데에만 집중한 것이 아쉽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유비무환 팀은 “신자유주의 경제로 늘어난 경제적 파이는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기도 했다”라며 구조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학생 패널 역시 토론자에게 “능력주의가 옳지 않다는 하나의 관점만을 교육에서 제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와 “랜덤하게 자원을 분배하는 방법은 왜 문제가 있는가?” 등을 질문했다. 두 팀은 모두 무작위로 자원을 나누는 방식이 사회 유지의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답변했다. 예를 들어 모든 대학을 평준화한다면 대학의 순위가 아닌 대학의 졸업 여부에 따른 차별이 새롭게 생길 것이라며 평준화하는 범위를 늘리는 것 자체가 능력주의의 폐해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와 청중은 의견을 교류하며 더욱 역동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교수평가단과 청중평가단을 비롯한 많은 패널이 결승전에 참여했다.
교수평가단과 청중평가단을 비롯한 많은 패널이 결승전에 참여했다.

대상을 받은 유비무환 팀은 준비할 때 입론과 논거에 최대한 많은 비판을 가하고 답하며 토론을 준비했다. 유비무환 팀의 송유나 학생(정치외교학부·23)은 “계속해 비판점을 찾다 보면 아무리 잘 구성된 논리 구조라고 해도 반드시 어떤 지점에서는 결함을 발견하게 된다”라며 토론이 생각의 확장에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라동건 학생(정치외교학부·23)은 토론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이 공론장에 나와야 할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팀의 논거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학문을 학습해 더 넓은 시야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공을 불문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본교 학생들에게 토론한마당 참여를 추천했다.

토론은 근원적인 지점에서 다양한 주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공론장 역할을 하는 토론한마당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성찰하고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최윤영 기초교육원장은 “토론 준비와 실전을 거치며 자신의 성장을 느끼는 것이 학생들에게 큰 보람이 됐을 것”이라며 토론한마당의 의의로 학생들의 성취와 발전을 꼽았다. 이번 결승전에서 촬영한 토론 영상은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