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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융합학부 신설,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서울대의 도전

2023. 8. 8.

서울대는 오는 2024학년도부터 5가지 전공(▲디지털헬스케어 ▲융합데이터과학 ▲지속가능기술 ▲차세대지능형반도체 ▲혁신신약)으로 이루어진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한다. 여러 학문 분야를 결합한 초학제적 교육을 통해 융합적 지식과 유연한 사고,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첨단융합학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 약 7개월의 시간이 남은 현시점에 첨단융합학부 신설 배경과 취지를 돌아보고, 지난 8월 1일(화) 열린 학내 공청회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관해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 살펴봤다.

서울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첨단융합학부에 관한 논의는 첨단 분야 융복합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의 방향에 따라 교육부가 관련 분야 학부 정원 조정을 가능케 하면서 시작됐다. 학부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서울대의 노력과 교육부의 방침이 맞물리며 급물살을 탔으며, 그 결과 지난 5월 ‘첨단융합학부 설립추진단’이 구성됐다. 인류가 맞닥뜨린 세계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교육부와 융합적인 교육체계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서울대의 뜻이 통한 것이다.

첨단융합학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다. 입학 이후 3학기 동안 공통 교과목을 들으며 본인의 관심사를 찾아 2학년 2학기에 전공을 택한다. 이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관련 지식을 경험해 본 후 전공을 선택하는 만큼 학생들이 본인에게 더 잘 맞는 진로를 고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 첫해인 내년에는 총 230여 명의 학생이 진학할 예정이다.

학내 공청회에서 송준호 설립준비단장(건설환경공학부)이 첨단융합학부의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학내 공청회에서 송준호 설립준비단장(건설환경공학부)이 첨단융합학부의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첨단융합학부의 5가지 전공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러 전문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다. ▲디지털헬스케어 전공에서는 공학과 의학을 함께 공부하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혁신 제품과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해 학습한다. ▲융합데이터과학 전공에서는 다양한 데이터 응용 분야의 해법을 제시하고 발전적인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데이터과학의 이론과 응용에 대해 배운다. ▲지속가능기술 전공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포함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여러 지속가능기술을 탐구한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는 지능형 반도체를 설계하고 활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반도체 관련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전공이다. 마지막으로 ▲혁신신약 전공은 용약물-표적 결합, 제약 과정, 임상시험을 아우르는 창약, 제약에 초점을 맞춘 교과과정을 통해 미래 신약을 개발할 재목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가지 전공의 학제는 이론 학습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이나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병행하도록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학습 내용을 현장에 적용해 보며 실무 능력을 키우고 더 능동적이고 정확한 시선에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첨단융합학부는 첨단과학기술의 전문성 획득, 융합 소양 함양과 학생 주도적인 진로 설계, 소통·협업 능력 및 창의적 문제해결력 개발을 목표로 교육 과정 전반에 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우선, 신입생은 모두 ‘첨단융합전공과 나의 미래’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세 학기에 걸쳐 진행되는 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전공 진입 시 선택해야 하는 5가지 전공의 교육과정 및 졸업생 진로 등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서 다음 학기엔 산업 현장에 있는 연사 초청 특강과 전공개론 교과목을 적용한 hands-on 실습이 진행된다. 공통 과목을 이수한 이후엔 기술창업과 창의연구, 정책리더십 등 12학점 기준으로 운용되는 Pathways(가칭) 교과인증과정 제도를 따르게 된다. 학생들은 Pathways를 통해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 관심사가 맞는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며 과학 기술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설립추진단은 혁신적인 교양 교육 역시 첨단융합학부 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있다. 교양 과정 설명을 맡은 김주형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은 상호적 교육과정”이라고 말하며 교양수업의 방식을 문제와 사례, 프로젝트 중심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현재는 소그룹 토론과 팀티칭 등으로 이루어진 ‘베리타스 세미나’와 주도적 학습 능력 및 리더십 등을 기를 수 있는 프로젝트형 수업 ‘베리타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과 진로 등 학교생활 전반과 관련한 상담 인력을 배치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진로 설계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새롭게 시도하는 제도들은 비단 첨단융합학부 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설립추진단은 다른 학과와의 연계 교과목을 개설하고 관련 있는 전공의 학생을 대상으로 Pathways 이수를 가능케 하는 등 제도의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첨단융합학부 설립은 서울대 교육의 전반적인 변화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학내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첨단융합학부

서울대는 2022년 12월, 교육부에 2024학년도 대학 학생정원 조정 계획(안)을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학내 의견 수렴, 교과과정 제안 및 검토 과정을 거쳐왔다. 그리고 지난 1일(화)에 학내 공청회를 열어 신설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공청회는 ▲학부 신설 배경과 전반적인 운영 계획 설명 ▲전공별 소위원회 대표 교수의 교육목표 및 교과과정 소개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관악캠퍼스 기초교육원(61동)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는 줌으로 동시 송출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돼 현장에는 95명, 온라인에는 200여 명의 학내 구성원이 참여했다. 공청회에서 설립추진단장 김성규 교육부총장(국어국문학과)은 “단일 학부의 교과과정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관심을 쏟은 것은 처음”이라며 첨단융합학부 설립이 “서울대 교육 전체로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크게 강조된 것은 발표한 첨단융합학부의 교과과정안이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설립추진단은 서울대 내의 지성을 모아 더욱 완성도 높은 첨단융합학부를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

설립추진단과 전공별 소위원회 대표 교수들이 공청회에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설립추진단과 전공별 소위원회 대표 교수들이 공청회에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실제로 첨단융합학부는 학내 구성원의 도움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내년에 입학할 첨단융합학부 1기 신입생의 경우 학과 선배가 없다. 대학 생활 적응과 선배와의 관계 등의 문제는 학생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총학생회 ‘정오’와 함께 해결법을 논의 중이다. 또한, 융합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타 학과 및 대학원과의 연계를 확대해 교과목을 만들고 겸무 등의 방식을 통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섭외하려 한다. 현재 설립추진단은 총학생회를 통한 학생 의견 수합과 함께 단과대별로 의견 조회를 받으며 첨단융합학부 설립에 관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공청회의 질의응답에서는 학생, 교수를 비롯해 많이 이들의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효과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과과정에 실제 학생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립추진단은 공식적으로 수합된 의견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경로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교수의 관점에 국한하지 않고 교육과정을 짜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 학생은 융합적 역량을 기르려면 지식을 아는 것뿐 아니라 의견을 나눠야 한다며 설립 취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업에 관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 제안했다. 설립추진단은 교육과정을 논의할 때 콘텐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소통의 방법도 함께 고려하겠다 답하며 공청회를 정리했다.

이번 공청회는 첨단융합학부의 추진 과정을 학내 구성원과 함께 점검하는 중간 단계가 됐다. 첨단융합학부는 학내 구성원의 피드백을 통합 및 보완해 29일(화)에 교과과정 초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첨단융합학부의 교과과정과 진행 상황은 곧 개설될 첨단융합학부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총학생회가 모집 받는 질의서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또한, 오는 9월 8일까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첨단융합학부의 영문명을 공모받고 있다. 학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첨단융합학부가 공동체의 의견을 잘 녹여내 더욱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신설되길 바란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