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호주에서 열리는 ‘2023 브리지스톤 월드솔라챌린지(이하 월드솔라챌린지)’에 서울대 태양광 자동차 동아리 ‘스누 솔로’가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월드솔라챌린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자동차 경주 대회로 참가자만 1,500명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약 2,500만 명이 중계를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31일 출정식을 마치고 출전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스누 솔로’ 팀을 만났다.
‘우리의 독창성으로 한계를 뛰어넘는다’
태양광 자동차 동아리 ‘스누 솔로(SNU SOLO)’는 지난해 6월 월드솔라챌린지 참가를 목표로 출범한 신생 동아리다. 6명으로 시작했으나 엔지니어링, 디자인, 비즈니스팀으로 구분해 구성원을 추가 모집했고, 현재 총 23명이 함께하고 있다. 스누 솔로의 포부는 ‘우리의 독창성으로 한계를 뛰어넘는다(Show our Originality, Leap Over the limits)’라는 팀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스누 솔로 동아리 회장 정서연 학생(재료공학부・22학번)은 “자동차나 친환경 소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부터, 이 분야를 전혀 몰랐던 사람까지 ‘도전정신’ 하나로 똘똘 뭉쳤다.”라고 팀을 소개했다.
석박사 학위자 한 명 없이 학부생으로만 구성된 데다, 국제 대회 참가는 처음이다 보니 매 순간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예산 확보.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계획했던 예산안과 조달 계획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큰 비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신생 동아리인데다 자동차 실물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뜻 후원해주는 곳이 없었다고. 유관 기업 담당자를 만나 설계 방향과 가능성을 알리고, 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후원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조금씩 상황이 나아졌다.
설계에는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수시로 만나 회의하고, 틈틈이 지도 교수님께 자문하고, 논문과 책을 찾아 읽고,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시뮬레이션 상으로 예상보다 좋은 모델링 결과가 나왔지만, 비규격 제품이 많다 보니 실제 조립 과정에서 다시 한계에 부딪혔다. 주문 제작을 하는 경우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회의실에 있는 비품이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회의실에서 사용하던 칠판의 프레임은 태양광 자동차의 프레임이 됐다.
청년 엔지니어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월드솔라챌린지’
월드솔라챌린지는 오직 태양광 동력만으로 호주 대륙의 최북단 다윈(Darwin)에서 최남단 애들레이드(Adelaid)까지 3,000km의 거리를 5박 6일 동안 종단하는 대회로, 1987년 처음 열린 이후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전 세계 청년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여 완주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모여든다.
올해 대회는 10월 22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차체에는 규정된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지만, 종단이 시작되면 태양광을 통해서만 충전할 수 있다. 비가 내리거나 사막에서 돌풍이 불더라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행하여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행이 가능한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끼니를 해결하고 숙박하며 레이스를 꾸려가야 한다.
스누 솔로는 완주를 목표로 시흥캠퍼스 미래모빌리티연구동에서 동고동락하며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출전하는 인원 중 7명은 온전히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휴학을 택했다. 학점은 언제든 채울 수 있지만, 세계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호주 대륙을 종단하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모험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마법 같은 변화를 불러오길
스누 솔로가 개발한 태양광 동력 자동차가 첫 주행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17일. 학생들은 처음 바퀴가 굴러가던 순간 상상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자동차 이름은 ‘도깨비’라고 지었다. 학생들이 마주한 마법 같은 순간처럼, 자동차가 ‘세상에 마법 같은 변화를 불러오길 바란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도깨비는 230kg의 무게에 길이 4.6m X 폭 1.4m X 높이 1.3m로 공기의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탄환 형태로 만들어졌다. 대회에서는 에너지 효율이 성패를 좌우하므로 지능형 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해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평균 60km/h, 최고 8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스누 솔로는 재료공학부, 자유전공학부, 기계공학부, 경제학부, 디자인과, 영어교육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관점이 달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매 과정 체감하게 된다고.
“저는 원래 자동차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원래는 금융과 AI 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히 스누 솔로에 들어와서 대회 준비를 하면서 진로를 다시 고민하고 있어요.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요.” 비즈니스팀 김주원 학생(자유전공학부・22학번)은 스누 솔로 활동을 통해 기술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설명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스누 솔로 학생들에게 월드솔라챌린지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첫 출전을 준비하며 경험했던 시행착오와 앞으로 대회에서 만나게 될 역경을 잘 복기하여 다음 대회, 다른 친환경 자동차 대회도 계속해서 준비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만든 태양광 동력 자동차 ‘도깨비’의 뜻처럼, 학생들의 도전이 ‘세상에 마법 같은 변화를 불러오길’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소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