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교육원이 주관하는 제4회 '학생이 바라는 교양교과목 공모전' 시상식이 지난 7월 20일(목) 동원생활관(113동)에서 열렸다. '학생이 바라는 교양교과목 공모전'은 지난 2019년에 1회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교양교육을 제공하고자 매년 시행되고 있다. 올해는 5월 14일까지 학생들의 제안서를 접수 받고, 1차 서류 심사와 2차 분야별 평가를 거쳐 총 10개의 수상작이 결정됐다. 수상작은 선택 교양의 '창의와 융합' 영역 과목으로 실제로 개설될 수 있다.
학생의 아이디어가 실린 10편의 수상작, 교양교과목의 색깔을 담다
기초교육원은 교양교육의 목표, 사회적 수요, 전공교육과의 연계성, 학문 분야별 특성을 고려하여 교양교과목을 편성한다. '학생이 바라는 교양교과목 공모전'은 교양교과목 편성 과정에서 학생들이 바라는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청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이동환 기초교육원 부원장은 시상식에서 “집에서 음식을 먹을 때 가족에게 메뉴를 물어보는 것처럼 차려진 밥상만 제공하는 교육 방식이 아닌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교양교육을 위해 공모전을 개최했다. 점차 제안 규모가 확대되어, 서울대 학생 모두가 교양 강좌에 관심을 가지도록 학내 의식이 고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최윤영 기초교육원 원장은 축사를 통해 모든 수상작을 교수님들께 제안하여 과목이 개설되도록 노력하고 있기에 공모전에 꾸준한 관심을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수상작은 ▲대상(1팀): 챗봇과 함께하는 학제적 탐구(지리교육과 박세준, 언어학과 권이혁, 언어학과 김진일) ▲ 최우수상(3팀): 세계 시민주의와 갈등의 이해(정치외교학부 최민기, 인류학과 손예지), 색채의 이해(조소과 김주호), 다큐멘터리의 현대적 재발견(정치외교학부 김은지), ▲ 우수상(3팀) : 영화를 통한 트라우마 이해(독어독문학과 김용현, 정치외교학부 이승구), 미래예측방법론(지리학과 임승현), 어린이의 이해(역사학부 김보경, 인문계열 이현서), ▲ 장려상(3팀): 앎의 이해(경제학부 양승주), 차와 커피(정치외교학부 박창진), 시사와 현대사회(생명과학부 김보현)로 총 10개 교과목이다. 김지현 기초교육원 연구교수는 △교양교육 목표와의 부합성, △교과목 난이도의 적절성 △내용의 충실성, △학술적 관심, △기존 교과목과의 차별성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공모전에 입상한 학생들이 순서대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챗봇과 함께하는 학제적 탐구'로 대상을 수상한 권이혁 학생(언어학과‧20학번)은 “인생의 가치관 정립과 미래 설계를 교양 과목을 배우며 할 수 있었다”라며 “교양 과목이 흥미롭게 여겼던 분야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공모전을 도전하게 되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학습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는 중에 관련 강의가 학내에 없어 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에 챗봇의 원리를 학습하고,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예술, 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챗봇과 관련한 학제적 탐구를 배우는 것을 제안서에 담았다. 기초교육원 측은 전공과 관계없이 많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고, 주제의 시의성 및 내용의 구체성에 있어 종합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받아 '챗봇과 함께하는 학제적 탐구'를 대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공모전을 통한 학생과 교수 간 교육적 파트너십 구축
공모전에 당선된 수상작은 어떻게 교과목으로 탄생할까? 수상작의 제안서를 교수들에게 공모하고, 개설을 희망하는 교수가 있다면 심의 과정을 거쳐 개설이 결정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공모전 수상작 중 5개 과목은 학생제안강좌로 현재 교과목 개발이 완료되었고, 과목명 앞에 ‘학생제안강좌’ 명칭이 붙는다. 실제로 2020년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비정상성의 이해'와 최우수상 수상작인 '장애학의 이해'는 두 과목을 통합해 '학생제안강좌: 장애학의 이해'라는 이름으로 다음 학기 이현정 교수(인류학과)가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공모작으로 당선이 되어도 실제 교과목으로 개설되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교과목의 참신성과 내용의 충실성을 충족하더라도 해당 강좌에 대한 교수들의 수요와 교과목 개설의 시의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수상작은 학생자율세미나, 학생설계전공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공모작으로 선정된 모든 제안서가 실제로 교과목으로 만들어져 학생 중심의 포용적 교양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기초교육원의 목표다.
김지현 연구교수는 “공모전을 통해 학교는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가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라며 “학생이 교과목을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주도성,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적용함으로써 주체적으로 교육하는 협력적 관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사고와 태도를 기르고, 교수는 학생들의 교육적 수요가 반영된 다양하고 내실 있는 교양 강의로 교육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양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폭넓은 지식과 정확한 의사 표현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문을 탐구하도록 하는 목표를 지닌다. 오늘날 교양 과목을 학점 취득의 수단으로 비추어 보는 안타까운 시선도 있다. 그러나, 학술적 관심과 흥미를 구체화하여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고를 기르는 본질적인 교양 교육의 목표를 되새겨야 한다. 기초교육원은 이러한 교양 교육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긴 교과목으로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왔다. 이를 통해, 서울대 공동체가 교양 교육에 대한 학습능력, 학술적 관심과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제고되길 바란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홈페이지 : https://liberaledu.snu.ac.kr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서희
bulu91@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