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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박물관에서 백제를 만나다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

2023. 7. 25.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 송파구 방이동의 올림픽공원 조성 현장에서 몽촌토성이 발굴됐다. 한성에 수도를 두었던 삼국시대 백제의 유적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당시 몽촌토성 발굴에 참여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 특별전시는 몽촌토성 발굴 40주년을 맞아 그 성과를 정리하고 대중들에게 몽촌토성의 의미와 한성 백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8월 31일(목)까지 서울대학교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 전시 포스터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 전시 포스터

서울대학교박물관의 몽촌토성 발굴기록

2층 기획전시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빽빽하게 손글씨가 적혀있는 세로 약 1m 길이의 커다란 종이를 만나게 된다. 바로 ‘발굴조사 중간보고 괘도’이다. 1985년 서울대학교박물관이 몽촌토성 내부 전체 구역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생생한 현장의 흔적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1983년 처음으로 몽촌토성 발굴조사에 착수했고, 1989년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대학교박물관 발굴조사원들이 남긴 현장의 기록들은 다섯 권의 발굴조사보고서로 정리된 바 있다. 서울대학교의 몽촌토성 조사는 백제의 첫 도읍인 한성의 위치와 구조를 파악하고, 초기 백제 고고학 연구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의 몽촌토성 발굴기록
서울대학교박물관의 몽촌토성 발굴기록

몽촌토성이 발굴된 1980년대에는 전국에 발굴조사가 가능한 기관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따라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과가 있는 대학의 박물관을 중심으로 주요 유적들의 조사가 진행되었다. 1983년, 1985년, 1986년, 1987년, 1989년에는 서울대학교박물관만의 주도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졌고, 1984년의 경우에는 숭전대학교(숭실대학교, 한남대학교의 전신) 박물관, 한양대학교 박물관, 단국대학교 박물관과 함께 연합발굴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서울대학교박물관은 계속해서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정비 및 학술 목적의 발굴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출토 유물로 살펴보는 한성 백제와 몽촌토성의 모습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됐다. 1부와 2부에는 백제의 첫 왕도인 한성의 풍경과 몽촌토성에 남아있는 백제인들의 삶을 담아냈다. 한강 유역에 위치했던 한성의 흔적은 몽촌토성 주변의 토성, 마을, 왕릉 등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몽촌토성뿐만 아니라 서울 석촌동 고분군, 암사동 유적, 하남 미사리 유적, 풍납토성에서의 발굴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출토된 금귀걸이, 항아리 유물이 전시되어 당시 한양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금동 허리띠 장식과 굽다리 손잡이 잔은 실제 몽촌토성 내부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몽촌토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외부와의 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몽촌토성에서 발굴한 유물들에는 백제의 유물뿐만 아니라 가야, 중국, 일본에서 온 유물들도 있어 당시 백제의 활발한 문화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화살촉과 뼈로 만든 갑옷 등 다양한 무기류는 당시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한성은 결국 고구려에 의해 함락되었고, 4부는 웅진 천도 이후 몽촌토성의 변화를 주제로 한다. 몽촌토성 지역은 이후에도 고구려, 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거주했던 삶의 공간이었다. 몽촌토성 발굴 과정에서 여러 시대의 유물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이유다.

굽달린 항아리와 뚜껑(좌), 네 귀 달린 고구려 항아리(우)
굽달린 항아리와 뚜껑(좌), 네 귀 달린 고구려 항아리(우)

전시를 관람한 이유진 학생(치의예과·21)은 “역사책에서나 보던 몽촌토성이 세상에 드러나는데 서울대학교가 기여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라고 밝혔다. 2013년부터는 한성백제박물관이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대학교박물관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박물관 수장고에 남아있는 미보고 유물 정리 작업을 수행하고 있고, 보고서를 재발간하는 등 몽촌토성 관련 활동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학교박물관 이정은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를 계기로 관람객들이 몽촌토성이라는 유적이 생각보다 더 오래전에 알려지고 조사되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그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서울대학교가 개교한 1946년에 설립되어 문화재 보존과 역사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고고역사실, 전통미술실, 인류민속실의 세 개의 상설전시실에서 연천 전곡리 유적의 주먹도끼, 광개토대왕비 탁본, 김홍도과 장승업의 작품 등 여러 학술적인 의미를 가진 유물들을 전시한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 https://museum.snu.ac.kr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낙원(정치외교학부)
paradis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