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봄학기 종강 후에 찾아온 여름은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학내외 경험을 쌓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학생들은 청소년을 위한 진로 캠프에 멘토로 참여하거나 주변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든다. 단과대학이나 기관 차원에서 다양한 방학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여름 행사로는 농촌활동(이하 농활)을 꼽을 수 있다. 사범대학 학생회도 학생들이 농촌 이웃들의 삶을 체험해 보며 농업의 노고를 나눌 수 있도록 여름 농활을 준비했다. 6월 19일(월)부터 6박 7일간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진행된 사범대 농활에 직접 참여해 경험한 내용을 기사에 담았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배운 더불어 사는 삶
대학생 농촌활동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가 청년 학생들을 농촌에 파견했던 것이 그 시초로, 80년대 광주 민주항쟁을 거쳐 90년대부터 대중화됐다. 코로나19 기간 멈췄던 사범대 농활은 작년 여름에 다시 시작됐다. 농활을 총괄 기획한 사범대 학생회 문화국장 이영서 학생(독어교육과·21)은 “농촌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사범대학 학생들이 농활을 통해 낮은 식량 자급률과 부족한 노동 인력 등의 사회문제를 고민해 볼 뿐만 아니라 단체생활을 통해 상호신뢰와 협력의 가치를 얻어가길 바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올해 농활은 총 89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충청북도 음성군의 네 마을(▲삼정5리 ▲충도1리 ▲성본1리 ▲대정1리)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마을별 내규를 정하고 마을대장, 식사반장, 작업반장 등의 역할을 맡으며 농활 기간 바람직한 공동체 생활을 이끌었다.
본격적인 농활은 6월 7일에 사범대학 10-1동에서 진행된 교양학교 OT로 시작됐다. 농민회 윤희준 사무국장이 농촌의 환경과 안전수칙 등을 설명했고, 같은 마을에 배정된 학우들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후에 농활대 이름을 정했다. 6월 19일부터 학생들은 사전에 배정받은 각 마을로 이동해 주어진 일정을 소화했다. 학생들은 ▲농업 일손을 돕는 근로 활동 ▲학생과 농민들이 함께하는 체육대회 ▲농촌 학생 대상의 진로·학업 멘토링 ▲마을 어르신께 음식을 대접하는 마을 잔치 ▲농활의 의미를 돌아보는 간담회 등의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농촌 공동체 속에 녹아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요한 일정은 근로 활동이었다. 학생들은 인삼밭에서 잡초를 뽑거나 감자를 직접 수확하고 방울토마토의 줄기 뼈대를 심는 등 필요한 곳에서 일손을 도왔다. 학생들은 직접 땀 흘리고 일하며 먹거리의 소중함과 농업 활동의 고됨을 느꼈다. 농민들과 소통하며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하우스, 밭, 논 등 다양한 농업 방식이 존재하는 이유와 시설비 및 투자비에 얽힌 농촌 빈곤의 현실, 수입 개방화와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자급률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농민의 견해를 전해 들었다.
참여 학생들은 정해진 일정 외에도 농촌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농활의 재미를 더했다. 밤에 산책하며 별자리 찾기, 마을 정자에서 낮잠 자기, 네잎클로버 찾기, 개구리와 잠자리 관찰하기 등 모든 일이 사소하지만 즐거운 놀잇거리였다. 학생들은 학업, 구직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SNS, 온라인 게임 등 자극적인 모바일 환경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낭만을 즐겼다. 물론 농활에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1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생활하는 데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학생들은 같이 쓰는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만든 후에는 한꺼번에 뒷정리까지 끝내기,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 문단속 잘하기 등의 규칙을 만들었다. 또, 씻는 순서를 공평하게 정하고 설거지나 마을회관 청소 등을 할 때 한 명이 혼자 희생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를 배려했다.
농민에겐 농촌의 현실을 알릴 기회가, 학생에겐 의미 있는 추억이 된 일주일
농민들에게도 농활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들은 농활을 통해 농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 수년간 농활을 운영해 오고 있는 농민회 윤희준 사무국장은 일손이 늘어나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농활이 지역을 홍보하는 기회가 되고 정체된 농촌 사회에 활력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활의 마지막 날 간담회에서 “사회인이 됐을 때 농촌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힘써달라”라고 이야기하며 농촌에 관심 가질 것을 재청했다. 농활 참여자들은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라고 입 모아 말한다. 성본1리에서 생활한 김용빈 학생(수학교육과·19)은 트럭 뒷자리에 타 풍경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동안 농산물과 농촌에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농활은 일반 MT와는 다르게 사회 이슈를 배우고 어르신들에게서 삶의 지혜도 엿볼 수 있어 유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범대 학생회는 농민회와의 소통, 사전 답사, 콘텐츠 기획 등 사전 준비부터 농활 시 현장 소통까지 원활한 운영을 위해 다방면으로 애썼다. 사범대 문화국장 이영서 학생은 농활 참여자들에게 “함께 땀 흘리며 부대낀 일주일을 언제든지 웃으며 꺼내볼 수 있는 추억으로 간직해달라”라고 전했다.
생소하기에 선뜻 다가가기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공동체의 삶의 방식에는 모두 소중한 지혜와 가치가 담겨 있다. 이번 농활이 학생들에게 여러 이웃의 삶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