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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간 모순의 공존, 〈전통과 함께, 세계와 나란히〉 심포지엄 개최

2023. 5. 2.

국가 간 활발한 교류로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 각 국가는 역설적으로 ‘전통’에서 고유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 미술관은 전시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를 통해 “현재가 언제나 과거의 진보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본 전시는 5월 28일(일)까지 진행되며, 지난 4월 28일(금)에는 전시 연계 국제 심포지엄 ‘전통과 함께, 세계와 나란히’가 열려 위의 물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 전시가 5월 28일(일)까지 서울대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 전시가 5월 28일(일)까지 서울대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한국성, 우리의 전통을 고민하는 전시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는 서울대 미술관과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협력 전시로 지난 3월 24일 시작됐다. 심상용 미술관장은 해당 전시가 “의식주에 녹아있는 우리의 전통, 가치관, 지혜에서 오늘날의 삶과 예술, 더 나아가 문명의 길을 밝힐 영감을 구하고자 기획되었다”라고 밝혔다.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은 “서로 사귀어 넘나들며, 현대미술과 아름지기 소장품이 씨실과 날실처럼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기획한 이번 전시가 한국성에 대해 더 많이 발견하고 흥미를 북돋우며, 내일에 대한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56명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 회화, 조각 등 1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 오늘, 우주의 시’, ‘2. 지속될 느낌’, ‘3. 기억하기 또는 살기’의 세 파트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보민 작가의 ‘개화’는 현대 도시의 풍경과 과거 산수화를 결합한 것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전통’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하는 전시의 목적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한편, 두 번째와 세 번째 파트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의식주를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순우 미술사학자는 “한국적이란 말은 한국 사람들의 성정과 생활양식에서 우러난 무리하지 않은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소박한 아름다움, 호젓한 아름다움, 그리움이 깃들은 아름다움, 수다스럽지 않은 아름다움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움 속을 고요히 누비고 지나가는 익살의 아름다움 같은 것을 아울러서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한다. 과거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도포, 옷고름, 대청마루의 서까래, 젓가락 등의 전시품을 통해 그러한 한국성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 전시관 내부(좌)와 김보민 작가의 ‘개화’(우)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 전시관 내부(좌)와 김보민 작가의 ‘개화’(우)

세계화와 전통의 공존을 위한 방안 모색

지난 4월 28일에는 본 전시 연계 국제 심포지엄 ‘전통과 함께, 세계와 나란히’가 미술관 오디토리엄에서 개최되었다. 심포지엄은 한-영/영-한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었으며, 예술계 전문가들의 강연으로 구성되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의 기조발표인 “세계 속의 한국문화와 일상문화”로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김 명예교수는 ‘무엇이 한국성인 것인가?’가 아니라 ‘왜 한국성을 찾는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하며, 한국 문화의 우수한 부분을 가치화하고 개념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 전통문화가 일상화되고, 세계문화의 다양함 속에 한국의 전통문화가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히며 심포지엄의 포문을 열었다. 심포지엄은 총 세 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현재와 미래의 지평-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통 미술 연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2부에서는 ‘미래, 문명 그리고 한국미술’을 주제로 세계화 시장 속에서 한국 전통과 미술이 처해있는 현 상황을 분석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코리안 웨이브, 그 길’이라는 주제로 앞으로 한국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최석원 교수(동양화과)는 1부의 ‘생성하는 전통: 현대미술과 전통 의지’ 강연에서 ‘전통 의지’의 중요성에 대하여 역설했다. ‘전통’은 고정된 형태 없이 각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전통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의 일종인 ‘전통 의지’만큼은 실재하기에 우리는 ‘전통’에 앞서 ‘전통 의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은 1부의 ‘무의식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한국적 미감의 전통’ 강연에서 청자 상감 운학문매병, 백자 달항아리, 백자 청화 매화대나무무늬 항아리 등 도자기들을 예시로 전통 공예에서 찾을 수 있는 ‘한국적 미감’의 전통을 소개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적 미감의 특징인 ‘여백의 미’로 인해 한국의 전통은 ‘비움’의 미학만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고려 상감청자’를 보면 오히려 정반대인 ‘채움’의 방향으로 발전한 한국적 미감의 전통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이 소개되었다. 이처럼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고정된 특징으로 서술할 수 없으며, 창의적인 변형과 재구성을 통한 역동성을 지닌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적인 주제였다.

전시 연계 국제 심포지엄 ‘전통과 함께, 세계와 나란히’
전시 연계 국제 심포지엄 ‘전통과 함께, 세계와 나란히’

조혜영 사단법인 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의 2부 강연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전통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 역시 전통과 세계화에 대한 깊은 고민을 유도하는 주제를 제시했다. 조 이사장은 과거의 전통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맞게 확장하고 원래의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전통의 ‘재해석’을 강조했다. 사계절의 뚜렷한 기후변화를 가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해왔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용도와 기후에 따라 각기 다르게 만든 ‘항아리’가 현대의 ‘냉장고’와 기능적으로 유사한 것과 같이 전통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시도가 지금의 우리문화를 지키게 한 주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3부의 엘리노어 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학예사는 ‘시각과 청각: 한국 미술 전시하기’ 강연에서 ‘시간과 공간’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과 영국에서의 한국 미술 전시에 대해 소개했다. 영국 박물관에 전시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통해 과거의 전통이 현재 21세기에 국가적 아이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박혜성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임수영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학예사, 임미선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감독과 함께 청중이 강연자들에게 질의응답을 하는 라운드테이블로 마무리되었다. 한국 미술계에서 ‘한국성’을 찾는 것 외에 ‘다양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상이 지닌 아름다움과 시대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그 대상을 만든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포함한 ‘인간의 관점’을 더하여 대상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오갔다.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작품들과 작품 너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 ‘시간의 두 증명-모순과 순리’는 오는 5월 28일까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http://www.snumoa.org

서울대 학생기자 박채원(서양사학과)
chaew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