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은 공부에 어려움이 없을까? 그들 역시 고등학생 시절과는 달라진 환경과 학습방법, 성적 압박과 친구들과의 비교 등 여러 학습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내 구성원의 학습 잠재력을 고무시키는 기초교육원은 학사경고자를 포함해 학업 고충을 겪는 모든 학부생을 대상으로 일 년에 총 두 번 학습클리닉 워크숍을 열어 학습 상황의 문제점을 찾고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뇌가 좋아하는 것은 편안한 마음
매해 여름과 겨울방학 각각 1회씩 열리는 학습클리닉 워크숍은 ▲학습방해요인 탐구 ▲나의 강점 탐구를 통한 학업 동기 강화 ▲기질과 성격을 측정하는 TCI 검사를 활용한 유형별 학습전략 탐구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지난 2월 6일에는 뇌과학적 학습원리와 이에 따른 효과적 공부법을 주제로 한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이민주 교수의 워크숍이 있었다. 총 25명이 참여한 비대면 워크숍에서는 익명 오픈 카톡방을 활용해 학점과 학습 고민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데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양방향 소통이 이뤄졌다.
참여 학생들이 자신의 고충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한 워크숍에서 이 교수는 학업 성취의 가장 큰 방해요소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특정 행동을 할 때 가장 큰 동기는 성취감을 느낀 이후 뇌에서 분비되는 보상물질이다. 따라서 연속적으로 개념을 습득해야 하는 지적 학습은 무기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쉽다. 이러한 감정은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언가를 배우면 외부 자극을 받은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는데, 이때 형성된 회로가 기억을 활성화하고 특정 행위를 가능하게 만든다”며 “하지만 스트레스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해마와 사고력과 추리력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부피를 줄여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고 했다.
효과적 학습법, 좋은 성적을 넘어 만족스러운 삶을 만드는 비결
학습원리에 이어 이 교수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습관 만들기’다. 뇌는 의지를 발휘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효과적인 성취를 위해서는 습관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습관을 ‘숨만 쉬어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쉽게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미리 제거하고 꼭 할 수 있는 시간대에 습관을 배치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예를 들어 논문 작성을 어려워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는 것’을 습관으로 정한다면 하루에 한 문장씩만을 쓰더라도 학생은 이를 반복하며 점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수는 습관이 자리 잡는 데에는 최소 100일이 필요하다며 아주 쉬운 습관으로 시작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습관 형성 외에도 ▲지속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전자기기 사용 제한 ▲함께 공부할 학습메이트 지정 또한 학습 성취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운동은 스트레스에 의해 작아진 뇌의 부피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며 동시에 지식 학습의 영향으로 한쪽으로 발달한 뇌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 교수는 공부하기 전 뇌의 전반을 활성화하는 유산소 운동을, 저녁에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근력 운동을 한다면 학습에 특화된 뇌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교수는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며 잠들기 2시간 전에는 핸드폰의 사용을 제한하라고 권했다. 자극적 재미를 지닌 핸드폰은 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집중력을 낮추므로 공부할 때는 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습메이트를 두는 것도 효과적 방법의 하나다.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 뇌는 마치 자신이 집중하는 듯한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또, 타인을 격려할 때 나오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은 학습 동기를 강화해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 교수는 “효과적 학습은 온전한 휴식을 보장하고 결과적으로 삶의 효율을 올린다”며 학생들에게 적절한 휴식과 심리적 안정이 학업 성취를 넘어 만족도 높은 삶의 중요 조건임을 강조했다.
2시간 반 동안 쉼 없이 이어진 강연이었지만 학생들은 강연 내용에 본인의 상황을 대입해 보고 오픈 카톡방을 활용해 질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복학 전 학습방법을 점검하고자 워크숍에 참여한 고현우 학생(수학교육과·19)은 “전공이나 성격 등 개인별 특성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과학적인 학습원리를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며 스스로의 학습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지 고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멜라토닌: 낮에 생성돼 잠을 자는 동안 내분비기관인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질 높은 수면을 유도하고 면역력과 근력 등의 강화를 돕는다.
서울대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