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 뉴스

서울대뉴스

뉴스 /

서울대뉴스

서울대뉴스

무엇이든 예술이 되고 누구든지 문화를 즐기는 곳, 서울대 문화예술원

2022. 11. 15.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던 파워플랜트가 학교와 사회에 ‘문화 에너지’를 불어넣는 펌프로 변신한다. 파워플랜트는 문화관(73동) 리모델링으로 탄생할 ‘뉴하우스’와 함께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사업이 이뤄지는 핵심 공간이 될 예정이다. 올해 7월 개원한 문화예술원은 지난 9월 26일(월)부터 28일(수)까지 제1파워플랜트(68동)에서 첫 행사 ’파워플랜트, 극장이 되다’를 개최했다.

파워플랜트, 공장에서 극장으로 탈바꿈

‘파워플랜트, 극장이 되다’는 파워플랜트가 문화 공간이 될 가능성을 살피는 쇼케이스 행사로 미디어아트 전시와 공연으로 이뤄졌다. 교내 건물이 개별 난방을 시작한 후로 가동을 중지한 제1 파워플랜트 보일러룸을 전시장이자 공연장으로 바꾸는 데는 디자인 회사 downleit와 전시 공간 오시선을 운영하는 박재영 작가가 나섰다. 이곳에는 작품이 일렬로 놓이는 하얀 벽면이나 무대, 관객석이 없다. 감상자와 예술가가 함께 여러 장르 문화예술을 즐기게 하려는 의도다. 문화예술원 기획부장을 맡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박제성 교수(조소과)가 미디어아트 세 점을 선보였다. 기술과 예술 간 결합에 대해 연구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보여줬다. 〈Universe〉에서는 놀이기구가 텅 빈 암흑을 떠다니며 끊임없이 돌아간다. 인간이 감정을 처리하는 과정을 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에 빗댄 것이다. 〈Enter the water together〉과 〈연은〉 영상에는 각각 수영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시를 읊는 작가 목소리가 담겼다. 음성과 함께 인공지능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과정이 화면에 재생된다. 알고리즘에 따라 구름, 호랑이, 아이, 아파트와 같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대상들이 끊임없이 뒤섞여 사람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 교수는 세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을 단순히 도구, 기술을 넘어 함께 미래를 만드는 동반자로 바라보려 했다. 27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는 이곳에서 무용, 연주, 소리 공연이 있었다. 소리꾼 김무빈, 안무가 정영두, 타악 연주자 신원영, 아쟁 연주자 배호영, 무용수 이유진⋅노예슬⋅김성민이 공연자로 참여했다. 여러 장르의 전통 음악이 현대 의복과 미디어 설치 공간을 매개로 펼쳐졌다. 박 교수는 “시대와 장르 간 구분을 없앤 공연 구성을 통해 예술의 융합과 실험을 강조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파워플랜트, 극장이 되다’ 전시와 공연이 이뤄진 파워플랜트 내부 공간. 왼편 스크린에 박제성 교수의 〈연은〉 작품이 나오고 있다.
‘파워플랜트, 극장이 되다’ 전시와 공연이 이뤄진 파워플랜트 내부 공간. 왼편 스크린에 박제성 교수의 〈연은〉 작품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 파워플랜트에서 만들고 뉴하우스에서 즐긴다

서울대 문화예술원 설립 논의는 문화관 리모델링 사업에서 시작됐다. 1985년 개관한 이후 문화관은 동아리 공연, 음악회, 입학식, 총장 취임식 등 서울대를 대표하는 행사를 여는 데 활용돼 왔다. 2019년 6월 관악구와 서울대가 함께하는 ‘서울대 지역상생프로그램’ 중 하나로 문화관을 재건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021년 6월에 문화관 리모델링 및 증개축 국제설계공모가 열렸고 운생동 건축사사무소㈜의 ‘VINEYARD SCAPE’ 안이 당선됐다. ‘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할 문화관에는 콘서트를 주목적으로 하는 900석 규모 다용도 홀, 300석 규모 공연장인 블랙박스, 갤러리, 입체 광장이 들어선다. 뉴하우스 중심에 있는 블랙박스는 벽면이 열리고 닫히는 구조로 회의, 공연, 미디어아트, 전시와 같은 다양한 문화 활동이 펼쳐질 공간이다. 건물은 건립 40주년 이듬해인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문화예술원은 문화관 리모델링에 발맞춰 문화 창작자, 콘텐츠, 공간을 잇는 문화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서울대 본부 산하 문화예술 기관이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이중식 교수와 함께 운영부장 자리에 있는 음악대학 김영선 교수와 기획부장 박제성 교수가 기관을 이끈다. 문화예술원에서는 파워플랜트와 뉴하우스 건물을 중심으로 예술가를 양성하고 학내 구성원이 이들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 소양을 기를 수 있게 돕는다. 파워플랜트는 예술 창작 인력을 키우는 공간이다. 내년 1월까지 교내 힙합 동아리 공연, 다양성 행사를 비롯해 약 20개 문화예술 행사가 이곳에 예정돼있다. 이후 문화예술원은 해마다 예술가와 문화콘텐츠 제작자로 이뤄진 열 팀가량을 선발, 지원할 계획이다. 파워플랜트에서 작가들은 다양한 예술 작업을 시도하는데 필요한 공간, 재원, 멘토링, 네트워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예술인 양성 사업에는 문화리더 기업들이 함께한다. 현재까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이브, 아트센터 나비, 출판사 민음사, cj문화재단, KCC정보통신, 디자인 회사 d’strict 등이 협력 의사를 밝혔다.

2025년 말 준공될 뉴하우스 블랙박스 조감도
2025년 말 준공될 뉴하우스 블랙박스 조감도

박 교수는 문화예술원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로 융합과 실험을 제시했다. 비예술과 예술, 예술인과 감상자, 과거와 현재, 안과 밖, 인간과 기계를 비롯해 문화예술 분야에 존재하던 모든 틀과 규정을 지양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예체능 전공자만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 다른 학문을 사람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만났을 때 새로운 시각, 더 큰 시너지가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학내구성원이 앞으로 문화예술원에서 펼쳐질 다양한 시도를 부담 없이 즐기기를 바란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gyu212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