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부터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이하 생활관)에서 택배보관소가 없어지고 무인 택배보관함이 문을 열었다. 24시간 운영하는 동별 무인 택배보관함이 생기면서 입주생들은 보다 편리하게 택배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입주생이 낸 목소리, 2년 논의 끝에 무인 택배보관함 문 열다
기존에는 901동 지하 1층에 있는 택배보관소에 모든 생활관의 택배가 모였다. 보관소는 평일과 토요일에만 문을 열고 점심시간 1시간 동안에는 영업하지 않았다. 많은 물품이 한데 쌓여 물건을 찾기도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고, 멀리 떨어진 건물에 사는 학생들은 짐을 옮기기 번거롭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1년 반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한 예다현 학생(식품동물생명공학부⋅21)은 “택배보관소 운영 시간과 내 일정이 맞지 않아 배송된 냉동, 냉장 식품이 변질됐던 적이 있다. 바쁜 일과 사이에 보관소에 갔어도 쌓인 상자 속에서 물건을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렸던 때가 많다. 택배 상자가 크거나 많으면 돌아오는 길이 더욱 멀게 느껴졌다.”며 경험을 털어놨다.
입주생이 겪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생활관 행정실과 학생들로 이뤄진 자치운영위원회(이하 자운위)는 지난해 2월부터 택배 수령 방식을 바꾸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자운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143명 가운데 ‘택배보관소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학생이 67.3%으로 나타났고, 63.2%가 무인 택배함을 선호했다. 이를 바탕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자운위와 생활관, 택배사, 택배보관소 관계자 등이 여러 차례 협의회에서 만나 세 가지 운영안(무인 동별 로비 수령, 3개 거점 수령, 현행 유지)을 도출했다. 이후 무인택배 보관함 평가회를 실시한 끝에 7월 30일 무인 택배 시스템이 마련됐다.
동 앞에서 1분 만에 택배 수령, 앞으로 더 편리해진다
900~906동과 915~918동, 920동에 한 군데씩, 919 AB동과 CD동 지하에 마련된 택배 수령 공간은 보관함만 총 1710개로 대단지 아파트 수준에 달한다. 여러 종류의 택배를 수용할 수 있도록 그 크기는 다양하게 구성됐다. 디자인에는 지난해 미술대학 이장섭 교수(디자인학부)가 만든 서울대학교 전체 UI(University Identity) 패턴이 적용됐다. 새로운 UI가 대규모 적용된 첫 사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해졌다. 상자와 봉투 더미를 뒤져 물건을 찾고 수기로 본인 확인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보관함이 열리고 물품을 수령할 수 있다. 다만 택배 발송은 현재 불가하다. 무인 택배 시스템은 24시간 운영하며, 택배함 순환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료 보관기간은 하루로 책정됐다. 시스템 정착을 위해 자운위와 생활관은 온⋅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입주생과 택배사에 변경 사항을 알리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관 홈페이지(www.snudorm.snu.ac.kr), 자운위 SNS 계정을 비롯해 기존 택배보관소와 신설된 보관함 주변에서 이용 방법과 규정을 확인할 수 있다.
무인 택배보관함이 만들어진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택배기사가 아직 미숙해 외부에 놓인 물품이 분실되거나 손상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생활관은 택배기사들이 택배함을 이용하도록 안내 배너를 제작하여 14개소에 설치했으며, 외부에 쌓여 있는 택배 중 장기 방치된 택배들을 조사해 개인에게 문자로 택배 수령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무인 택배함 운영사와 함께 택배함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 하고 기능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자운위도 SNS를 통해 주요 문의 사항에 답변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등 무인택배시스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활관 관계자는 앞으로 약 두 달간 운영 상황을 살펴보면서 무료 사용 기간을 확대하는 등 건의사항을 수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학기 입⋅퇴거 기간을 맞아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 8월 22일부터 2주 동안은 택배함이 연체료 없이 운영됐다.
많은 입주생이 무인 택배보관함이 생기고 삶의 질이 올랐다고 전하고 있다. 예다현 학생은 “밤늦게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택배를 찾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생이 함께 논의해 만든 무인 택배 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gyu212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