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는 서울대 입구가 없다. 역에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정문까지 거리는 1.9km로, 걸어서는 30분가량이 걸리는 길이다. 대면 캠퍼스 생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학교를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지난 5월 28일 개통한 신림선 도시철도는 서울대 정문과 여의도 일대를 직통으로 연결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고 있다. 신림선의 신설로 학생들의 통학 환경과 학교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봤다.
여의도에서 서울대까지 16분 만에 직통으로
그동안 정문 주변에 지하철 노선이 따로 없어 관악캠퍼스 학생들은 등하교 시에 상당한 피로를 겪어 왔다. 5513, 5511, 5516, 5528번 버스가 서울대입구역과 정문 사이를 오가기는 하지만 이들은 배차 시간이 8~12분 정도로 길고 아침과 저녁 시간에는 차량이 북적인다. 교내부터 서울대입구역까지 운행되는 셔틀버스 역시 중간 정차지가 없고 정규학기 기준으로 7시부터 19시까지만 운영해 불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정문 근처에 지하철 노선을 개통하자는 의견이 오랫동안 있어왔고 여의도에서부터 서울대학교에 이르는 경전철을 건설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2006년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후 2016년 4월 시작된 공사는 2021년에 마무리돼 올해 5월 말 신림선 도시철도가 마침내 개통했다.
신림선 도시철도의 종착역인 관악산역과 서울대학교 정문 사이는 350m에 불과하다. 신림선은 9호선과 만나는 종점 샛강역에서부터 1호선 대방역, 7호선 보라매역, 2호선 신림역 등의 환승역을 거쳐 관악산(서울대)역까지 11개 역을 16분 만에 통과한다. 배차 간격은 평일 출퇴근 시간에 3.5분, 이외 시간대에는 4~10분 수준으로 버스보다 짧다. 이러한 장점 덕에 서울 서남부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학생의 통학 거리와 시간이 줄었다. 지하철은 버스와 달리 운행 시 도로 교통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도착 시간과 배차 간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2호선 양천구청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성민(정치외교학부⋅21) 학생은 “출퇴근 시간대나 비가 오는 날에 버스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곤란했던 적이 많은데, 지하철은 일정표에 맞춰 오기 때문에 편하다”라고 언급했다.
여유로운 통학, 학교를 더 많이 찾기 시작한 학생들
신림선 도시철도는 2호선과 버스에 비해 지하철 내부와 승강장 대기 줄이 덜 혼잡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9호선 등촌역 근처에 사는 한혁진(정치외교학부⋅17) 학생은 “2호선과 버스를 이용했을 때는 승객이 많아 서서 이동하거나 다음번 차량이 올 때까지 한 번 더 기다려야 할 때가 종종 있었지만, 경전철에서는 항상 앉을 자리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신림선 신설을 환영하는 학생들은 통학 환경이 이전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워지면서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말한다.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통학하는 최목원(언론정보학과⋅21) 학생은 신림선을 탄 뒤로 열차에서 앉아서 이동하면서 책을 읽거나 영상 또는 수업 자료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 노선이 생긴 후 통학에 드는 총시간은 변하지 않았지만 틈틈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신림선이 생기면서 학생들은 학내 시설을 더 오래, 자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신림선은 오전 5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버스의 막차가 끊긴 후에도 운행해 학내 구성원들은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택시 대신 전철을, 카페 대신 학교 시설을 이용하면서 생활비가 준 것 역시 희소식이다. 김성민 학생은 이제 버스로 환승하지 않고 전철로 곧바로 학교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서울대입구역 주변 카페가 아니라 관정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도 택시를 타지 않고 귀가할 수 있다”며 경전철 개통을 반겼다.
신림선 개통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대학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림역이나 서울대입구역까지 버스를 타야 했지만, 경전철이 뚫린 뒤로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4년째 대학동에 사는 임정민 학생(아시아언어문명학부⋅18)은 막차 시간이 늦어지고 역에서 집까지 걸어갈 거리가 줄어 더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게 됐다. 그는 또 “관악산 등산객이 이제 버스가 아닌 관악산역으로 오고 가다 보니 주말에 버스가 한산해진 것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인근 교통 환경이 개선되면서 대학동 상권이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물론 모든 학내 구성원이 신림선 개통을 환영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정문에서 먼 거리에 있는 학교 건물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관악산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일대에서 학교를 오고 가는 구성원들에게는 신림선 신설이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gyu212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