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VR과 인공지능(AI), 메타버스(metaverse) 등 다양한 디지털 기반 도구를 많은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은 어떨까? 중등학교의 경우 느린 인터넷 속도나 기기 보급 문제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 다양한 디지털 도구의 적용은 학생의 흥미 유발과 학생별 수준차에 따른 수업 내용 개별화 등 많은 측면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는 AI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AI 교육에 능통한 교원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예비 교원이 아직도 AI를 모른다고? 멀리 가지 말고 학교에서 배우자!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각각 ‘실과’와 ‘정보’라는 교과명으로 코딩과 알고리즘을 포함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오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정보 교과의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고 국어·수학·과학 등 모든 교과목에 AI가 접목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디지털 소양 능력이 늘었음에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AI를 다룰 수 있는 교원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21년 교육부의 ‘초·중등 교원 양성대학 인공지능(AI) 교육 강화 지원 사업’에 선정된 서울대 사범대는 예비 교원들이 AI 기반 *에듀테크(EduTech)를 활용해 수업을 설계 및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고자 AI 교육 강화 사업단을 작년 7월 신설했다. 사범대학 강준호 학장(체육교육과)을 사업단장으로 한 사업단은 ‘인공지능기반교육’과 같은 기초 AI 소양 교과목을 개설하거나 기존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수업에 AI 개념을 추가해 운영하는 등 수업에서 AI 교육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사범대에 ’가상체험교육실습실(VR Lab)‘과 ’AI융합교육강의실‘을 설치해 교육 플랫폼 및 코딩 강의와 비교과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범대 AI융합교육학과·AI기반교육연구센터는 8월 9일부터 11일까지 AI 혁신학교 아이펠(AIFFEL)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모두의 연구소’와 함께 파이썬과 빅데이터 등 데이터 과학의 기초와 인공지능 연구 동향에 관한 온라인 특강 “AI 융합교육 여름학교”을 진행한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데이터 기반의 원격수업 콘텐츠와 도구를 제작해 발표하는 해커톤도 8월 중 운영될 예정이다. 2학기 중에는 사범대의 전임·비전임교원,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AI융합교육 선도 교사 워크숍과 AI융합교육 전문가 포럼을 열어 구성원이 AI교육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유연주 교수는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문, 사회, 예체능 등 인공지능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교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사업단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볼 것을 특히 권유했다.
준비된 교원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도전, ‘VR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
사업단은 학생들과 함께 VR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지난 7월 진행했다. 사범대 학부생 5명, 대학원생 13명이 참여해 총 4개의 교육용 콘텐츠를 만든 이번 프로그램은 교육용 VR 메이커 ‘VRWARE SCHOOL’을 개발한 기업 ‘글로브포인트’와 함께했다. 에듀테크의 역사와 활용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 교육은 360도 영상 촬영과 그림판을 활용한 3D 오브젝트 제작 등 메타버스 공간 구축 방법을 배운 후 조별로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시연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교육에서 사용한 ‘VRWARE’는 제공되는 오브젝트와 배경이 다양하고 다른 플랫폼보다 조작이 간편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처음 만들어보는 학생들도 큰 어려움이 없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360도 영상 등을 활용해 망원경의 역사를 학습하는 콘텐츠를 만든 이경건(과학교육과·박사수료) 씨는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과 콘텐츠 주제에 대해 논의하며 메타버스 플랫폼이 모든 과목에서 활용도 높은 도구라는 점을 느꼈다”며 “첨단 기술로 교육 혁신을 이끄는 교육학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국어, 미술, 정보가 융합된 수업 콘텐츠를 만든 이진연(교육학과·박사과정) 씨는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한 경험이 학습자의 입장에서 교과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AI 기반의 디지털 도구와 교육 사이의 융합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최종 결과물은 인공지능 융합교육 커뮤니티 에이드넷(http://aiednet.i-netpia.net/main/main.ph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래 교육의 이상에 당도하기 위해 교원이 AI 교육 도구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지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범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교원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한다. 우리 모두 미래 교육을 개척하는 사범대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에듀테크(EduTech):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과 AI,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산업, 혹은 융합형 교육방법을 뜻한다.
서울대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