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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더 나은 연구·노동 환경을 위한 발걸음

2022. 2. 15.

대학원생 인권 라운드 테이블

대학원생은 신진 연구자로서 연구중심대학인 서울대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연구 및 생활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한 듯하다. 이들은 종종 열악한 연구 환경에 처하거나 폭언·성희롱 등의 인권침해 문제를 겪기도 한다. 대학원생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10일(월)과 11일(화) 법과대학 17동 서암홀에서 대학원생 인권 라운드테이블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듣는다"가 개최됐다.

대학원생이 안전하게 배우고 일하는 캠퍼스

이번 토론회는 서울대 인권센터가 2020년부터 시작한 ‘대학원생의 인권 보호 및 권익 증진을 위한 자치활동 지원 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진행됐다. 인권센터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서울대의 석사 및 박사과정 재학생들이 대학원생 인권 문제의 개선안을 모색하는 자치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는 재작년과 작년 지원 사업에 참여한 17개 자치 모임에 속하면서 학내 제도와 정책 개선과 관련된 주제로 직접 연구를 진행한 대학원생들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지난 1월 10일, 법과대학 서암홀에서 〈대학원생 인권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지난 1월 10일, 법과대학 서암홀에서 〈대학원생 인권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첫날 행사에서는 ‘대학원생의 교육과 일’이라는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박인국 씨(생명과학부·석박사통합 수료)는 학생 연구자의 권리 보장의 취지를 담고 있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혁신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혁신법은 연구개발기관과 연구자의 책임 및 역할, 연구개발비 지급과 연구개발 환경 등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그는 “법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학생 연구자들이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대학원생 인권과 직결된 조항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조했다. 다음 순서로 나선 발표자는 대학원생의 업무가 노동으로 간주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며, 대학원생의 노동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 보수 책정, 업무 범위 구체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대학원생 최소 휴가 규정, 공동 지도교수 제도, 대학원생의 정보 접근성 개선안 등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이어졌다.

이후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 나용수 공과대학 학생부학장, 최계영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등의 패널 토론자들은 대학원생 인권 이슈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했다. 패널들은 각 단과대, 학과, 실험실 등의 상황에 맞게 제도가 적용되도록 명문화된 최소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학원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홍 교수는 “제도의 개선과 실행에 대한 논의는 학생이자 연구자, 근로자이기도 한 대학원생의 다중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는 본부 주요 보직자도 참석했다. 이현숙 연구처장은 “〈서울대학교 학생연구자 지원 규정〉을 기초로 각 학문 단위에서는 구체적인 내규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서울대에서는 작년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학생연구자 지원규정〉 작성 기준을 바탕으로 12월 21일 〈서울대학교 학생연구자 지원 규정〉을 제정한 바 있다. 한편 김은미 교무처장은 “제도의 실행 사례를 축적하여 제도의 취지가 잘 수용되고 실현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 다양한 대학원생의 인권 보장을 목표로

행사 둘째 날에는 ‘다양한 대학원생의 캠퍼스 생활과 건강’에 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첫 발표에 나선 정승필 학생(보건학과·석사과정)은 대학원생이 긴 좌식생활과 짧은 수면 시간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센터의 수면장애 자가진단 서비스 등 학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내 운동 시설 및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으로는 대학원생의 양육과 학업연구 병행에 관한 윤영선(사회복지학과·석사수료), 김희경(건축학과·박사수료) 학생의 발표가 진행됐다. 윤영선 학생은 출산 및 육아휴학 등 부모대학원생을 위한 학내 제도를 정리한 브로셔를 제작하고 배포하게 된 배경과 결과를 전했다. 이어 김희경 학생은 교내 모유 수유실 등 모성보호 시설의 질적 미비를 지적하고 아이동반에 우호적인 학내 분위기 조성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대학원생이 겪는 불편에 관해 누리예바 하티자 학생(법학과·석사과정)은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내 외국인 대학원생 중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내 정신건강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전했으며, 이신혜 학생(사회복지학과·박사과정)은 학내 홈페이지 언어 제공 옵션 부족, 신입생 OT 자료 접근성 부족, 한국어 학습 및 연구 관련 지원 부족을 지적했다. 이신혜 학생은 “특히 외국인 대학원생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제협력본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일부 제안은 즉각 시행하겠다는 답을 받아 보람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주윤정 연구원(인권센터)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학교가 좋은 학문 공동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요하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인권 라운드테이블 행사 역시 대학원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학문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또 하나의 동력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강유진(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