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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2009학번 새내기

2009. 3. 3.

입학식


09학번 신입생 맞이로 캠퍼스 곳곳이 활기참과 발랄함으로 넘쳐나고 있다. 서울대는 3월 2일(화) 오전 11시 종합체육관에서 학생, 학부모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9학년도 입학식을 가졌다. 2009년 학부 신입생은 총 3,229명이며, 대학원 신입생은 3,310명으로 총 6,530여명의 새식구를 맞이하였다.

이장무 총장은 입학식사에서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과 소양을 키우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이장무 총장은 이어 “1만명이 넘는 서울대 학생들이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생을 위해 멘토로 활동하도록 하는 등 동반자 사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따뜻이 보듬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라”고 당부했다.

조 순 명예교수는 축사를 통해"전공 여하를 막론하고 저학년 시절에 동서고금의 지혜를 흡수해 지성을 기르고 여러분 스스로와 나라의 갈 길을 찾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며 격려와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장무 총장 입학식사

오늘 우리 서울대학교가 새 가족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재목들을 정성들여 키워 내신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하신 존경하는 총동창회장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오늘 이 영예로운 입학은 그동안 여러분이 기울인 노력의 값진 결실이며 동시에 가족과 학교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의 정성과 배려 덕분입니다. 오늘의 감사하는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여 이웃과 사회에 보답하고자 하는 자세를 늘 견지해 나가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지금 우리 서울대학교는 ‘겨레의 대학’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력 등 각종 지표는 이미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를 선도할 창의적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개방과 융합을 지향하는 교육과 연구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기초교양교육을 더욱 강화하였고, 복수전공, 연계·연합전공, 학생설계전공 등 다양한 전공이수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를 위해 우수한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국제교류 기회도 한층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은 우리 학교가 창의적 지식 생산을 위한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우리 대학의 이러한 원대한 도전에 신입생 여러분들도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 무한한 지적 호기심을 지니고, 우리 인류가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진취적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학생, 바로 이것이 우리 서울대학교가 모든 열정을 쏟아 키우려는 인재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진하는 학생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러한 도전을 꿈꾸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누구나 부러워할 특권을 부여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특권은 여러분이 지적, 문화적 보고인 서울대학교에서 학문 세계의 삼매경에 푹 빠져들 때에만, 그리고 이 지성의 공동체가 제공하는 수많은 배움의 기회를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자랑인 규장각에는 숙종대왕의 이런 아름다운 시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지혜를 기르려면 배움만 한 것이 없는 법, 아름다운 옥을 만들려면 절차탁마가 꼭 필요하다네. 학문의 깊은 뜻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겠는가? 스승을 가까이하여 자주 물어야 한다네.” 그렇습니다.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훌륭한 교수님과 선배 그리고 동료들과의 만남 속에서 여러분은 지적 성숙의 무한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쌓은 지식을 실천적 지혜로 승화시키는 ‘성찰적 지성인’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 큰 고통을 몰고 온 이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인간의 무한한 탐욕과 경쟁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함몰되어 그것들이 인류사회에 어떠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탐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의 책임도 큽니다. 이제 대학이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면, 환경 생태 문제나 인본주의의 위기와 같은, 세계인류가 당면한 근본적이고 전지구적인 문제들에 대해 실천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창의적 연구뿐 아니라 성찰적 지성의 함양을 통해 인류사회의 보편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신입생 여러분도 대학 생활을 통해 지성인으로서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과 소양을 키우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이 성찰적 지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지적 훈련 을 넘어서서, 고고한 독선(獨善)이 아닌 남과 더불어 바르게 사는 겸선(兼善)의 마음가짐을 키워야 합니다. 독선과 오만으로 끝없이 남을 이겨야겠다는 극한 경쟁의 논리가 오늘날 우리 인류를 불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독선과 경쟁을 넘어서 겸선과 조화를 추구하고, ‘너’와 ‘나’가 아닌 ‘우리’ 모두로서 어우러져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동반자 사회’(social companionship)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경제위기로 인하여 우리의 이웃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우리 대학은 일만 명이 넘는 우리 학생들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멘토-멘티의 아름다운 인연을 맺도록 주선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울대인들은 각자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해온 것과 함께,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아끼는 위대한 전통을 일구어 왔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도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따뜻이 보듬고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우뚝 서 주기를 바랍니다.

신입생 여러분!
학문과 지성의 전당에 입학하는 오늘, 여러분의 각오 또한 매우 새로울 것입니다. 대학 생활 내내 나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랍니다. 치열한 고민 속에서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자신의 정체성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과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뜨거운 열정으로 학문에 정진하고, 시야를 넓혀 미래를 꿈꾸며 세계를 지향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바로 우리 모두의 희망임을 가슴 깊이 새기고, 배우고 인격을 도야하는 데 매진해 주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아름다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趙 淳 명예교수 축사

오늘, 존경하는 이장무 총장님과 교직원, 학부모님 및 내빈 여러분을 모신 자리에서 우리는 2009년도 입학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학교로 보아서는 연중 최대의 경사이고, 신입생으로 보아서는 일생 동안 잊을 수 없는 감격의 순간입니다. 학부모님에게는 엄청난 기쁨의 자리입니다. 이 빛나는 자리에서 축사를 드리는 것은 저에게는 무상의 영광입니다. 이 영광을 주신 이장무 총장님과 관계인사 여러분께 심심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입생 제군(諸君), 정말 반갑습니다. 충심으로 축하하며 환영합니다. 제군(諸君)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설렘을 억제할 수 없습니다. 제발 잘해서 청운(靑雲)의 꿈을 이루고, 앞으로 때가 오면 이 나라의 앞길을 열어주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군(諸君)들은 나의 62년 후배가 됩니다. 지난 세월, 나는 나라의 은덕(恩德)과 모교의 後光으로, 인생의 황혼기(黃昏期)에 이르기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반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모처럼의 자리를 빌려 나의 소회(所懷)의 일단(一端)을 제군들에게 피력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이끌어주신 모교 여러분에 대한 보답(報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군(諸君)들의 이해를 빌면서, 앞으로 군들이 하는 일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제군(諸君)들이 우리 국민이 부러워하는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은 하나의 큰 성취입니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그것은 부모님의 소망(所望)에 보답(報答)하는 효도이기도 했습니다. 君들을 가르쳐주신 고등학교 은사님의 수고에도 보답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 감격이 긴 도취감(陶醉感)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4년이 결코 긴 세월이 아닙니다. 4년은 1,460일, 212주에 불과합니다. 그 짧은 기간에서 주 2일의 휴일, 공휴일, 그리고 수개월의 긴 방학기간 등을 제외하면, 여러분이 학교에 나오는 날자는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학교에 나오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겠습니다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1,460일의 순간순간을 제군들은 아껴야 합니다. 1,460일 후에는 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완전히 갖춘 성숙한 人材가 돼야 합니다.
군들이 1,420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君들의 일생이 결정됩니다. 동시에 이 나라의 명운이 결정될 것입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사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가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만일 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알토란같은 4년을 어영부영 지낸다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마치 비행기(飛行機)가 전력을 경주하여 활주로(滑走路)를 달려서 이륙(離陸)하듯, 제군들은 이 순간부터 전속력으로 달려서 이륙해야 합니다. 지력(知力)과 인성이 높은 수준으로 떠올라야 합니다. 몸에서 없던 날개가 나오고 그 날개가 역풍을 헤치면서 공중으로 떠올라야 합니다. 나는 52년 전, 나이 30이 되어 미국엘 가서, 학부부터 시작하여 대학원을 마치고, 그곳 대학에서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미국학생과 기거를 같이 하면서 그 학생들이 거기서 어떻게 변모하는가를 잘 보았습니다. 처음 들어온 1학년 학생은 별로 아는 것이 없고 고등학교의 치기(稚氣)가 있었습니다만, 4년을 겪는 과정에서 그들은 매일 매일 딴 사람이 돼가고 있었습니다. 밤을 새우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졸업할 무렵이 되니, 그들은 엄청난 成人이 돼 있었습니다. 그때 내가 생각했습니다. 아! 이 학생들이 이륙을 했구나. 4년 동안에 환골탈태(換骨奪胎)했구나.
내가 오늘 이륙을 한다고 한 것은 그 때에 느낀 인상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일학년 영어 시간입니다. 말이 영어지, 그 내용은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대학 4년의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남이 하는 일을 우리가 왜 못합니까. 여러분의 머리는 그들보다 낫습니다. 분초(分秒)를 아껴 배우고, 묻고, 사색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에 인문 사회 그리고 과학의 기초를 닦아야 하고, 내가 보기에는 외국어 두 개를 구사할 줄 알고 한자를 배워 쓸 줄 알게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1,460일 후에는 어디에 내놔도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모든 치기(稚氣)를 벗어난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성숙한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학부시절에 배워야 할 것을 대학원에 가서 배우기 시작해서는 때는 이미 늦습니다. 설사 박사학위를 받는다 해도 학부시절에 못 배운 것을 회복할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나는 우리 대학생 중, 이륙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하염없는 4년을 지나는 경우를 보고, 늘 공자(孔子)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곡식이 자라도 이삭이 나오지 않는 수가 있구나. 이삭이 나와도 여물지 않는 수가 있구나’1) 이 말은 아마 제자들 중에 좋은 소질을 타고 났으면서도 소기(所期)의 성취를 이루지 못한 사람을 보고 한 말일 것입니다. 나는 지금도 이 말씀을 상기(想起)하면, 가슴이 떨립니다. 내가 혹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불모(不毛)의 인간이 되고 있지 않는가를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적 흐름, 주위환경은 불행하게도 제군들이 이륙(離陸)을 하는데 不利합니다. 온갖 정보가 쏟아지고 사람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세상이 아닙니다. 그런 것을 하지 않고도 쉽게 배우고 석사 박사 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학위가 아닙니다. 제군들로부터 진짜 이삭이 나오고, 그 이삭이 결실(結實)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유익한 식견이란 어렵게 배운 식견이고, 유익한 지혜는 어렵게 터득한 지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쉽게 배우고 쉽게 돈 벌고, 쉽게 출세할 생각을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제군들의 인생이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여러분이 4년 동안 이륙하고 못하고는 대부분 여러분 自身에 달려 있습니다. 학교는 여러분의 공부를 지도하고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책임이 있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고 못하고는 학생 스스로에 달려 있습니다. 신입생 제군은 전공 여하를 막론하고 저학년 시절에 동서고금의 지혜를 흡수하여, 知性을 기르고, 여러분 스스로와 나라의 갈 길을 찾는 기초를 닦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세상이 와도 문제없는 인물이 됩니다. 21세기의 대학은 상아탑(象牙塔)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를 내다보고 실사회(實社會)를 살피면서 自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지식과 마음을 닦는 수련(修鍊)의 場입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세상은 지금 엄청난 변화의 와중에 있습니다. 나의 私見입니다만, 세계는 지난 몇 세기 동안 일찍이 보지 못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많은 불확실성(不確實性)을 내장(內藏)한 채, 아직 진행중에 있어서 그 변모의 종착점(終着點)이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四半世紀 동안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한마디로 ‘자유방임’이었습니다. ‘개인이 자유시장(自由市場)에서 자유로이 사리(私利)를 추구할 수 있도록 방임(放任)해야 한다. 정부의 경제개입을 가급적 줄이면 시장원리에 의하여 모든 것이 다 잘 된다,’ 라는 이른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의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전세계가 ‘자유화(自由化), 개방화(開放化), 민영화(民營化), 작은 정부’를 실현하는데 정책의 초점(焦點)을 맞추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유화, 개방화의 적용을 많이 받은 것이 금융입니다. 금융이 경제의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사실 이 자유방임정책의 추진으로 세계경제는 큰 번영을 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글로벌 시대>의 도래(到來)와 글로벌 기준 (global standard)을 노래하면서, 적은 노력으로 많은 보수를 받고, 자연을 멋대로 훼손하면서도 그 훼손의 값을 계산하지 않은 채, 싼 값으로 대량으로 생산하여, 대량으로 소비하고, 대량으로 폐기하면서 돈 벌이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 자유화, 특히 금융의 자유화가 지나쳤습니다. 세계경제 번영은 2007년부터 일어난 이른바 미국발(美國發) 금융위기의 엄습(掩襲)으로 하루아침에 멍들고 말았습니다. 세계를 주름잡은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 역시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무너졌습니다. 지나친 자유방임(自由放任)은 지속될 수 없다는 80년 전의 영국 경제학자 J. M. 케인즈의 비전이 옳았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2) 신자유주의는 어떤 다른 이데올로기의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도저히 지속 불가능한 경제현실의 하중(荷重)에 눌려서 스스로 무너진 것입니다.

이제 어떤 나라의 경제도 정부의 개입 없이는 지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를 맡으면 잘 되는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맡으면 잘 된다는 증거는 아직은 없습니다. 그러면, 정부는 장기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도 아직은 없습니다. 나라에 따라 정답이 다를 것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은 소수인의 설계(design)에 의해 나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금융위기는 일종의 인공대지진(人工大地震)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진에 대한 선진국들의 가장 공통적인 대응은 기본적으로 돈을 푸는 금융재정 정책입니다. 모든 나라가 신속과감(迅速果敢)하게 돈을 풀고,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풀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꿈적도 하지 않고, 위기는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미봉책(彌縫策)을 가지고는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보다 확실한 장기적인 비전을 목말라 기다리는데도,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보기에는 전 세계의 문제를 일률적으로 풀 수 있는 정답은 없기 때문입니다. 혼란의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 양상이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서 해답도 다를 터인데, 각국의 지도층은 자기 나라의 장기적 비전을 내놓기만도 지력(知力)과 철학의 부족을 느낄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만이 문제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에 대해, 학생제군(學生諸君)은 마치 수행자(修行者)들이 話頭를 받아 그것을 풀기 위해 고민하듯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이것은 끝내 제군들이 부딪히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해법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의 길은 항상 있습니다. 다행히 여러분은 이륙단계(離陸段階)에 있기 때문에, 좀 여유를 가지고 자기에게 주어진 숙제(宿題)로 알고 모든 선입관을 버리고 냉철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문제는 미국의 문제와 비슷합니다.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이 파생한 부와 소득의 양극화, 중산층의 몰락,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등이 이 나라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자체의 문제도 만만치 안습니다.
경제는 정치나 사회, 그리고 넓은 의미의 문화(이를테면, 정치문화, 기업문화, 생활문화 등)의 일부분입니다. 따라서 경제문제의 해결도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문화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국민의 마음의 표현입니다. 국민의 마음이 생활에 반영된 것이 생활문화이고, 정치에 투영된 것이 정치문화이며 기업경영에 나타나는 것이 기업문화입니다.
이와 같이 오늘의 경제문제는 정치, 교육, 사회 등의 문제가 다 그렇다시피, 국민 모두의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순수한 경제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많습니다.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또 극복할 것으로 나는 확신합니다.
우리국민의 마음이 만들어낸 경제문제들을 쾌도난마(快刀亂麻) 식으로 치유할 경제정책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의 대세를 좀 더 잘 감지하고, 우리 국민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 능력을 편견없이 판단할 수 있다면, 어려운 문제의 대책도 자연히 나오리라고 나는 봅니다. 모든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GDP의 숫자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내용의 허점을 알면, 그것을 너무 중요시할 것은 없습니다. 이미 붕괴(崩壞)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집착(執着)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를 신봉하고 그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자유주의는 개명(開明)된 자유주의여야 하며, 폐쇄된 ‘그들만의’ 자유주의여서는 안 됩니다.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등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세계가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이때, 당장 이것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그러나 그 비전의 실마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의 공감을 찾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고 나는 봅니다.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어떤 이유로든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항심(恒心)이 적은 경우에는 그 생각과 행동도 변하기 쉽기 때문에, 문화나 나라의 정체성(identity)이 뚜렷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의 안정이 적어져 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치리더십이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 친숙해 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불러오고, 국민이 신뢰해야 리더십이 생겨납니다. 『大學』에 ‘大學의 道는 국민과 친(親)하는 데 있다’ 는 말이 있습니다.3) 이것이 문화적인 접근입니다.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남의 것을 무조건 모방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전시밖에 안 됩니다. 성형수술을 한 사람보다 진정한 자기모습을 가진 사람이 더 아름답듯이, 국가 운영도 선진국의 정책을 복사한 것이 아니라 자기 모습을 위주로 실사(實事)에서 옳은 것을 찾아야 실효가 나올 것입니다. 이것이 경제를 살리고 우리 문화를 살리는 길이라 믿습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여러분이 편안한 마음으로 잘 배워서 지력(知力)과 덕성(德性)을 갖춘 성숙한 인재가 될 때, 우리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도 자연히 잘 될 것입니다. 이것을 성취하는 것이 여러분이 받은 숙제입니다.
다시 한 번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1,420일 동안에 여러분이 다 같이 멋지게 이륙하여, 千里萬里 날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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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苗而不秀者 有矣夫. 秀而不實者 有矣夫.〉『論語』「子罕」篇.
2) John Maynard Keynes, 'The End of Laissez-faire" Essays in Persuasion, 1930.
3)〈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大學』「第1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