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강자성체 새로운 불순물 효과, 세계 최초 관찰과 이론 규명 -
물리천문학부 박제근 교수 연구진은 불순물이 들어간 삼각격자 반강자성체에서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실험결과를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하여 자성체 내의 복잡한 불순물 문제를 이해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성과는 재료과학계의 주요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16일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 ○불순물은 고체물리와 재료과학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 물성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이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불순물의 무작위성과 복잡성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자성체 연구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순물이 자성체에 주는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므로 학문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중요하다.
- ○쩔쩔맴이 강한 자성체는 양자컴퓨터의 후보로 거론되는 양자 스핀액체 상을 구현하는 중요한 양자 물질이다. 이런 물질에서 불순물 효과는 일반 자성체에 비해 그 효과가 더 극명하고, 다양한 특이현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관측한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쩔쩔맴 자성체의 대표 예시인 삼각격자 반강자성체 이트륨망간산화물(이하 h-YMnO3)에 비자성 원소인 알루미늄(Al)을 주입하여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특이한 불순물 효과를 관측하는데 성공하였다.
연구진은 알루미늄이 주입된 h-YMnO3의 스핀 동역학에서 알루미늄 불순물이 운동량에 의존하는 특이한 스핀파 감쇠를 일으킴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러한 현상이 비자성 불순물로부터 생성된 마치 스커미온과 같은 거대 자기구조체에 의해 일어난 것임을 이론 계산을 통해 규명하였다.
- ○연구진은 알루미늄이 주입된 이트륨망간산화물(h-Y(Mn,Al)O3) 단결정 시료로 비탄성 중성자산란 실험을 하여 물질의 스핀파를 관측하였다. 이를 알루미늄이 주입되지 않은 물질의 스핀파와 비교하여 불순물이 일으키는 스핀파 감쇠를 분석하였는데, 스핀파의 운동량이 클수록 스핀파의 감쇠가 더욱 크게 일어나는 것을 관측하였다. 이는 일반 자성체의 불순물 효과로 설명될 수 없는 쩔쩔맴 자성체만의 특이현상이다.
- ○연구진은 이 실험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불순물이 있는 삼각격자 반강자성체의 이론적인 스핀 배열과 스핀파를 방대한 수치계산을 통해 얻었다. 그 결과 쩔쩔맴 자성체에서는 불순물에 의한 스핀 배열의 변화가 아주 커서, 마치 자성 스커미온과 비슷한 거대한 스핀구조체(spin texture)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스핀 구조체가 일으키는 스핀파의 감쇠가 실험에서 관측한 감쇠와 동일한 운동량 의존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해당 연구성과는 자성체에서의 불순물 효과를 실험적으로 명확히 입증한 첫 사례”라며 “양자컴퓨팅의 후보인 양자 스핀액체상과 차세대 전자소재로 각광을 받는 스커미온 문제에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의미를 밝혔다.
- ○박제근 교수는 이미 관련 물질에서 매우 강한 스핀-격자 결합을 발견하여 2008년 Nature 지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S. Lee, et al., Nature 451, 805 (2008).
- ○이 연구는 연구재단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진행되었고, 박제근 교수 그룹과 영국, 일본, 호주, 미국, 프랑스 연구진의 국제 공동연구로 이루어졌다.
[연구결과]
Spin texture induced by non-magnetic doping and spin dynamics in 2D triangular lattice antiferromagnet h-Y(Mn,Al)O3
Pyeongjae Park, Kisoo Park, Joosung Oh, Ki Hoon Lee, Jonathan C. Leiner, Hasung Sim, Taehun Kim, Jaehong Jeong, Kirrily C. Rule, Kazuya Kamazawa, Kazuki Iida, T. G. Perring, Hyungje Woo, S.-W. Cheong, M. E. Zhitomirsky, A. L. Chernyshev & Je-Geun Park*
(Nature Communications, in press)
불순물은 고체물리학 및 재료과학 연구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는 자성체도 예외가 아닌데, 불순물이 물질의 자성(magnetism)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학술적으로 중요한 주제이다. 특히, 쩔쩔맴이 강한 자성체에서 불순물은 일반적인 자성체에서와는 달리 매우 특이한 현상들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양자컴퓨팅의 후보로 거론되는 양자 스핀액체 연구와도 관련이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박제근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삼각격자 반강자성체인 이트륨망간산화물(h-YMnO3)에 비자성(non-magnetic) 원소인 알루미늄(Al)이 주입된 단결정을 합성하여, 이러한 문제를 실험으로 확인하였다. 연구진은 합성한 h-Y(Mn,Al)O3 단결정의 스핀파를 비탄성 중성자산란 실험을 통해 관측하였는데, 알루미늄 불순물이 유발하는 스핀파의 감쇠(damping)가 특이한 운동량 의존성을 가짐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운동량 의존성은 단순한 불순물 효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쩔쩔맴을 갖는 자성체에서 불순물이 주는 특이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세계 최초의 결과이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불순물에 의한 자성체의 스핀 배열과 스핀파를 계산하는 방법론을 정립하고, h-Y(Mn,Al)O3의 경우에 대해 계산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쩔쩔맴이 강한 자성체에서는 불순물에 의한 스핀 배열의 변화가 불순물의 위치로부터 아주 먼 거리까지 전파되어, 마치 자성 스커미온과 비슷한 거대한 스핀 구조체(spin texture)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 스핀 구조체가 일으키는 스핀파의 감쇠가 실험에서 관측한 감쇠와 같은 운동량 의존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하여, 거대 스핀구조체가 h-Y(Mn,Al)O3에 형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불순물이 섞인 쩔쩔맴의 자성체 스핀 동역학을 구체적인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론적으로 계산해낸 것으로, 쩔쩔맴을 갖는 자성체 내에서의 특이한 불순물 효과를 성공적으로 규명한 드문 예이다. 더 나아가, 자성 스커미온과 비슷한 거대 스핀 구조체를 실제 물질에서 불순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거대 스핀 구조를 활용한 응용물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용어설명]
- ○고체 물질 내에서 불순물 이온이 스핀을 가지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불순물로 사용되는 원소에 따라 결정된다. 자성체의 입장에서 비자성 불순물의 주입은 스핀 배열의 일부를 빈칸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 ○강자성체와 같이 각 스핀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어 존재하지만, 인접한 스핀과의 방향이 달라 전체적으로는 스핀이 상쇄되어 자성을 가지지 않는 자성체를 말한다.
- ○일반적으로 자성체 내의 스핀은 인접한 스핀들과 같은 방향(강자성) 또는 정반대의 방향(반강자성)으로 정렬하려는 상호작용을 하고, 이 상호작용을 만족시키도록 서로 배열한다. 그러나 삼각격자에 놓여있는 스핀들이 반강자성 상호작용을 가지는 경우, 삼각형 꼭지점에 놓여있는 세 개의 스핀이 모두 서로 반대방향을 향하도록 배열할 수 없다. 이때 스핀은 어떻게 정렬할지 갈피를 못잡고 ‘쩔쩔매는’ 상황에 놓이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자성체를 통틀어 쩔쩔맴 자성체라고 한다. 쩔쩔맴 자성체는 일반 자성체와 달리 다양한 특이 현상을 보여 자성체 연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이트륨망간산화물은 삼각형 구조로 배열되어있는 망간(Mn) 층이 켜켜이 쌓인 구조를 가진 반강자성체이다. 쩔쩔맴 자성체의 대표적인 예시일뿐만 아니라 강유전성과 반강자성을 동시에 가지는 다중강성(multiferroic)물질이기도 하여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 ○양자 스핀 액체란 반강자성 상호작용을 가지는 양자 스핀들로 이루어진 자성체에서 구현될 수 있는 물질의 상태 중 하나이다. 특정 온도 아래에서 스핀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는 (반)강자성체와 달리, 절대영도에 가까워도 각 스핀의 방향이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요동한다. 양자 스핀액체는 스핀의 순수한 양자요동에 의해 비롯되는 상태여서 양자자성의 이해를 위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주로 쩔쩔매는 자성체에서 그 존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 ○자성 스커미온은 여러 스핀이 소용돌이의 모양으로 배열되어있는 거대한 스핀 구조체를 말하는데, 스핀의 배열이 고유한 위상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순수한 학문적 연구 가치뿐만 아니라 자성 메모리 등 차세대 전기소자에도 응용될 수 있어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주제이다.
- ○스핀파란 강자성체나 반강자성체에 외부 자극이나 열이 가해질 때 생기는 스핀 배열의 요동으로, 그 요동 패턴이 마치 파동과 같아 붙은 이름이다. 스핀파의 운동량-에너지 관계를 측정하면 자성체의 강자성/반강자성 상호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이상적인 경우 스핀파는 자성체 내부에서 손실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순물에 의한 결함, 온도에 의한 열적 요동, 스핀파 간의 상호작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스핀파가 서서히 소멸될 수 있는데, 이를 스핀파 감쇠라고 한다.
- ○중성자를 물질에 입사한 후 물질과 중성자 간의 비탄성 충돌을 관측하여 물질의 격자 및 스핀 동역학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거대 중성자 연구시설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실험으로 영국, 호주, 일본의 중성자 연구시설을 이용하였고, 분석에는 미국과 프랑스 연구진과 같이 진행하였다.
[그림설명]
쩔쩔맴 자성체의 대표적인 예시인 이 물질은, 인접한 망간 스핀끼리 120도를 이루는 스핀 배열을(회색 화살표) 가지는 삼각격자 반강자성체이다. 그러나 일부 망간 원자를 비자성 원소인 알루미늄(Al)으로 치환하면 근처의 망간 스핀배열이 변화하는데(파란 화살표), 이 변화의 영향이 알루미늄으로부터 아주 먼 곳까지 전달되어, 거대 자기구조체가 형성된다.
(a-c) 비탄성 중성자산란 실험으로 측정한 h-YMn1-xAlxO3의 스핀동력학. 알루미늄 불순물로 인해 스핀파 신호의 에너지 선폭(linewidth)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선폭은 스핀파 감쇠의 정도와 비례한다. 연구진은 이 선폭의 변화가 운동량 (그림 2의 가로 축)에 강하게 의존함을 확인하였다. (d-f) 비자성 불순물로부터 만들어진 거대 스핀구조체를 고려하여 계산한 h-YMn1-xAlxO3의 스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