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교수
서울의대 코로나 19 과학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코로나19가 나타난 지 이제 7개월여가 지났고 전세계적으로는 2300만명 가까이 감염되었으며, 이중 8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보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세기 이후 우리 인류는 수많은 새로운 감염병을 경험하였지만, 일부의 감염질환은 사라지기도 하였고, 일부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전세계 유행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인류가 나타난 것은 기껏해야 20만년(호모사피엔스)전이지만, 미생물은 수십억 년 전부터 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제어하기 쉽지 않은 감염질환이라는 사실은 지금까지 밝혀진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들 때문입니다.
기초감염재생산수(basic reproduction number, R0)는 한 사람의 감염자가 평균 몇 명에게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홍역의 경우 12-18, 계절 인플루엔자의 경우 0.9~2.1, 메르스(MERS-CoV)의 경우 0.3~0.8로 알려져 있고,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4~3.9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매년 겪는 인플루엔자보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고 1명의 감염자가 2-3명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남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시기가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즉 48시간 전부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서로 누가 감염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난 후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감염된 환자의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이 감염 초기에 아주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혹은 몸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시기에 이미 상당량의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혈청검사로 확인한 감염자의 숫자가 호흡기 검체 유전자 검사로 확인한 숫자와 비교할 때 10배 가까이 많다는 사실은, 자기도 걸린 지 모르는 채 지나가는 무증상 혹은 경미한 환자의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로 확인된 환자의 숫자는 빙산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경우라도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으로도 감기,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그리고 코로나19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증상만으로는 이와 같은 감염질환을 감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올 가을이나 겨울 매년 유행하는 계절 인플루엔자나 다른 호흡기 감염병으로 환자가 생기면, 코로나19와 구별할 수가 없어서 더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기거나 종식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의 삶이 아닌 당장의 우리 생활도 조금씩 바뀌어야 합니다.
이미 지난 6개월여의 경험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내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고 기침-호흡기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우리 스스로의 노력 덕분에 예년과 달리 계절 인플루엔자의 유행도 빨리 끝났고, 다른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의 유행도 거의 없었으며, 다양한 감염질환도 확연하게 줄었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문화의 차이 등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의도하지 않은 자연적 실험이 되면서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후 지역사회에서 심지어 의료기관 근무자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침방울(비말)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는 코로나19이지만, 제대로 환기되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사회활동을 한다면 1-2미터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에어로졸 형태로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 감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것처럼 소위 “3C-Crowded places, Close contact settings, Confined & enclosed spaces”를 피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만성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도하지 않은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대구-경북지역에서 예년과 비교하여 올해 초 사망자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하며, 미국에서도 유사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 이들을 치료할 의료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가시거나 중증의 경과를 밟는다고 알려진 고령자 등의 치료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치료제와 백신이 이미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계절 인플루엔자가 매년 유행하면 우리나라에서도 1000명 전후의 초과사망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앞서 언급한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몸은 멀리, 마음은 더 가까이”라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는 끝나지 않고 계속 우리는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요기베라의 명언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The game ain’t over till it’s over)”.
코로나-19 통계/역학
자료 분석: 서울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그림 1. 전국 일일 확진자수, 사망자수 및 중증도별 환자수 추이 (2020.8.20 기준)
*일일 확진자수와 국내 확진자수 차트 면적의 차이는 해외 유입 사례 수를 의미함
그림 2. 감염경로 구분에 따른 누적 확진자 수 분포 변화 (2020.8.20 기준)
그림 3. 주요 사건에 따른 수도권 일일 확진자 발생 추이 (2020.8.25 기준)
* 2020년 8월25일 0시 기준 주요 사건에 따른 수도권 일일 확진자 발생 추이, 각 피크에는 주요 감염원을 표기함
그림 4. 수도권 누적 확진자 수 (2020.8.25 기준)
* 2020년 8월25일 0시 기준 수도권 지역 누적 확진자 수
그림 5. 수도권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 수 (2020.8.25 기준)
* 2020년 8월25일 0시 기준 수도권 지역 인구 10만 명 당 누적 확진자 수 및 인구 100만 명 당 사망자 수
그림 6. COVID-19 확진자 수 상위 10개국 현황 (2020.8.21기준)
그림 7. COVID-19 치명률 상위 10개국 현황 (2020.8.21 기준)
* 치명률: (사망자 수/확진자 수)x100
연구 동향
발생률이 높은 국가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수명년수
In-Hwan Oh, Minsu Ock, Su Yeon Jang Dun-Sol Go,Young-Eun Kim, Yoon-Sun Jung, Ki Beom Kim, Hyesook Park, Min-Woo Jo, and Seok,-Jun Yoon. J Korean Med Sci. 2020 Aug 17;35(32):e300. 코로나19 발생률이 높은 상위 30개 국가들에서 2020년 4월 13일 시점에서 10만명 당 손실수명년수를 추정하고 2020년 7월 14일까지 추적함. 총 손실수명년수와 10만명 당 손실수명년수를 구하기 위해 일본여성의 기대수명과 UN 인구자료를 사용함. 4월 22일 기준 1,699,574년의 손실수명이 있었으며 이는 7월 14일 4,072,325년으로 증가함. 총 손실수명년수는 미국에서 가장 많았으며(4월 22일 534,481년, 7월 14일 1,199,510년) 10만명 당 손실수명년수는 벨기에에서 가장 많았다(4월 22일 868.12년/10만명, 7월 14일 1,593년/10만명).
손실수명년수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많았고 60세 이상에서 더 많았음. 손실수명년수는 발생률과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조기발견을 통해 치명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함.
서울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웨비나 일정